내 것 아닌 8만불 연방세, 제로로 만들다

 

 

 

 

내가 벌지도 않은 소득에 대해 8만불이나 되는 세금을 내라는 국세청의 독촉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국세청에서 보낸 편지를 들고 온 고객의 사연이 그랬다. 자기가 번 소득이 아닌데 세금보고에서 누락되었다는 통지서가 왔다는 것이었다. 본인과 관계없음을 증명하면 쉽게 해결될 것처럼 보이던 사건을 맡고,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여러가지 난항을 겪다가, 결국 며칠 전 국세청으로부터 8만불의 세금 및 벌금 모두를 없애주겠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처음 고객이 사건을 의뢰했을 때는 고객과 관계없는 비즈니스의 매출 소득이라 수월하게 없앨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어떤 비즈니스의 카드 매상 소득 십이만불이 고객의 소셜넘버 아래 1099-K 소득으로 보고되어 있었던 것이다. 본인과 관계없는 소득이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세청에서 이를 자동으로 수정할 것으로 생각하고 별다른 대응이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세금을 책정할 계획이니 빨리 대응하라는 점잖은 내용으로 시작한 국세청 편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압적으로 변했고, 세금이 책정된 후에는 조세법원 항소 권리 마감일을 명시한 편지가 우편등기로 배달되었다. 사안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고객은 회계사에게 이를 알렸다. 회계사는 신용정보 도용 사건이 아니냐며 세금변호사를 통해 정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객이 가지고 온 국세청 편지에 나온 문제의 매상소득을 보니 그 비즈니스의 EIN는 고객의 것이 아니었다. 고객과 관계 없는 비즈니스의 매상이 왜 그에게 연결되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세금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때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항’을 증명해야 할 때도 있다. ‘How can we prove a negative?’라는 명제를 안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간접적인 증거의 파편 조각을 끌어모아 ‘나와 관계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억울한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지만, 제삼자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도 수긍할 만 한 증거 문서를 정리 제출하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다. 일련의 사건들의 앞뒤 순서와 타이밍을 살피고, 주변 인물들의 행동과 동기를 이해하고, 이미 알려진 사실 등을 이용해 연결 고리를 형성하고 이를 문서로 증명해내야 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이 필요하다. 이럴 땐 머리 속으로 수없이 시나리오를 돌려본다. 고객의 관점에서, 또 정부의 관점에서, 이해관계가 없는 제삼자의 관점에서 시나리오를 재생해보는 것이다.

 

먼저 1099-K 카드 매출 소득을 국세청에 보고했던 카드 프로세싱 회사에 연락해서 매칭이 되지 않는 EIN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으나 아쉽게도 협조해주지 않았다. 국세청에 Form 2624를 제출하여 국세청이 직접 그들에게 연락해 조사를 요청해도 소용이 없었다. 계속되는 노력에도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일 년 이상 진전이 없다가, 국세청과의 마지막 전화 통화에서 그간 편지에 명시되지 않았던 해당 비즈니스의 상호 이름을 밝혀냈던 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다. 계속 관계없는 소득이라고만 주장하던 고객에게 그 비즈니스의 이름을 말하자 아~ 하고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전 팔아버린 작은 가게의 EIN이었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터였다. 가게를 산 새 주인이 옛날 EIN 으로 계속 매상 소득을 보고함으로써 고객의 소셜넘버로 연결된 것이었다.
가게를 팔았던 수 년 전 계약서와 새 주인의 세금보고서 등 내 고객과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증거자료들을 수집하여 편지와 함께 자료를 여러번 제출하고 꾸준한 팔로업과 설득을 시도하여 결국 국세청의 동의 결정을 얻어낼 수 있었다. 고객이 몇 년 간 고민하던 8만불의 세금과 벌금 이자는 모두 깨끗이 탕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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