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 예정된 사랑하는 아내

Q: 저는 제 아내와 계약 결혼을 했습니다. 아내는 한국에 이미 자식 둘과 남편이 있는데, 그들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저와 결혼했습니다. 아내는 제게 돈을 주었고, 영주권이 나오면 이혼하기로 서로 약속했습니다.
아내는 좋은 여자입니다. 저희는 한 집에서 살기는 하지만 한 번도 침실을 같이 사용한적 없습니다. 아내는 요리를 잘하고, 집 안을 늘 깨끗이 합니다. 빨래도 해주고, 철이 바뀌면 이불도 바꿔줍니다. 나에겐 늘 상냥하게 말하고, 짜증을 내거나 화내지 않습니다.

 

어느날 아침, 햇살 비추는 창가에 앉은 그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눈부셨습니다. 나에게도 사랑이 온 것이지요. 하지만, 그녀는 영주권이 나오는 데로 저와 이혼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지요? 영주권이 못 나오게 할 수도 있나요? 그래도 법적으론 제 아낸데.

 

 

 

A: 누에는 죽음에 이르러 실 뽑기를 다하고 春蠶到死絲方盡, 초는 재가돼야 눈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蠟炬成灰淚始乾 는 말이 있습니다. 당나라 시인 이상은 李商 隱 님이 남긴 “무제無題” 라는 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처지를 봄철의 누에와 밀랍으로 만든 초에 빗데어 지은 시로 알려져 있지요. 이상은 시인은 젊었을 때 어느 도관에서 도사로 지냈고, 그때 한 여도사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고 하네요. 하지만, 도사는 결혼할 수 없는 것이 당시의 풍습이었고,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질 수 밖에 없었지요. 이상은 시인은 못다한 사랑을 그리워하며 “무제”를 지었다고 하네요. “제목 없음” 이 제목이라고 하니, 시인의 고뇌가 얼마나 깊었는지 사뭇 느껴지네요.

 

 

사랑을 이야기할 때, 빠진다고 하지요. 사랑에 빠진다고. 그렇습니다. 우리는 예기치 않은, 의도하지 않은 때 사랑에 빠지곤 합니다. 사람이 의지에 따라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사랑을 시작한다거나, 사랑으로 감싸거나, 사랑을 하거나 해야겠지요. 하지만, 사랑은 빠질 수 있을 뿐, 자기 의지로 어쩔 수 있는 감정이 아닙니다. 한 번 빠지면 누에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실 뽑기를 다하듯, 초가 재가 돼야만 눈물이 마르 듯 그렇게 사랑은 처절한 것입니다. 내 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쥐어짜내고, 내 몸이 재가 되면 그제서야 사랑이 다하려나요? 사랑에 빠진 분에게 제가 어떤 법률적인 조언을 드릴 수 있을까요? 사랑하지 말라고? 법을 지키라고? 어쩌면, 이룰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욱 소중한 인연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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