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불안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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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세 여성환자가 다리가 저리다고 호소하여 본원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또한 다리의 안쪽 깊은 곳에서 터질 것 같거나 쥐어 짜는 느낌도 호소하였다. 이들 증상들은 다리를 움직여 주면 호전되는데 움직이지않고 주무르거나, 비비거나, 당기거나 하여도 일시적으로 좋아진다고 하였다. 특징적으로 처음에는 주로 잠자려고 누울 때 생겼으나 언제부턴가 초저녁이나 때로는 오후나 오전에도 증상을 느끼게 되었다고 하였다. 환자는 이 증상으로 잠들기가 매우 어렵고 잠이 들어도 자주 깨고 다시 잠들기 힘들다고 호소하였다. 환자는 전체 수면 시간이 부족하고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아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하였다. 더 자세히 물어본 결과 환자는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매우 힘들고,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강하여 이를 억제하기가 매우 어려워 결국엔 움직여야만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였다.
필자의 진찰 결과 위 여성 환자의 경우 2012년 국제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 연구그룹이 제정한 진단기준에 부합하여 ‘하지불안 증후군’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원인에 의한 하지불안증이 있을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가지 검사를 시행하였으나 모두 정상으로 나타났으므로 환자를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내릴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 독자들이 나도 이런데 하고 공감을 하거나 이런 증상을 가진 그 누군가를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증상은 매우 흔해서 한 역학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5-10%에서 하지불안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다리 자체의 문제가 전혀 아닌 장의 질환인 과민성 대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이나 두통의 일종으로 유명한 편두통이 있는 경우 매우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아마도 전체적인 신경계가 민감화되어 나타나는 질환으로 생각될 수 있는데, 과거에는 철분 결핍이 있는 환자에게 하지불안증후군이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철분 부족을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으로 생각하였으나, 연구결과 중추신경계의 도파민(dopamine) 기능저하가 하지불안증후군의 주요 발생 기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세다.

필자는 치료로 위 여성환자에겐 도파민 작용제(dopamine agonist)를 처방하였으며, 환자는 투약 첫날부터 극적인 증상 개선이 나타났으며 이후 약물 조정을 통하여 상당한 증상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 환자는 거의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다리가 저린다는 증상은 매우 흔한 증상이지만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질환의 특징적인 증상을 의심하고 이와 유사한 진단을 배제하지 않는다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힘들것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치료에 매우 효과적인 반응을 하므로 신경내과전문의로서 환자들에게 크나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경과 질환 중의 하나이다. 다리가 저리다는 것은 사실 그다지 중요한 병이 아닌 듯이 생각되지만 실제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고통은 크다. 따라서 역시 조기진단과 조기 치료가 완치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하겠다.

의학박사(M.D.), 신경내과전문의(Neurolog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