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 남자 환자가 갑자기 발생한 어지럼증으로 본원에 내원하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어지러움증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과거력을 보니 심하지는 않았지만 당뇨와 고혈압이 있었고 콜레스테롤도 조금 높은 상태여서 약을 드시고 있었는데 그 외에는 무슨 큰 병을 앓았던 적이 없었고 운동도 매일하는 건강한 체질의 환자였다.
환자를 진찰하다보니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있었다. 신경학적 진찰상 안구에 불규칙적인 안진(안구떨림)이 관찰되었는데 대개 환자들은 자기의 안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의사가 자세히 관찰하면 보일 수 있는 소견인데 뭔가 뇌나 전정기관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에 주의가 요하는 현상이다. 어쨌거나 이런 안진과 더불어 두부 충동검사(환자의 머리를 잡고 고개를 돌려 안구의 움직임을 보는 신경학적 검사법) 음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환자는 어지럼증으로 서있지 못할정도의 심한 자세불안을 보였다. 필자는 중추성 어지럼증 또는 중추성 현훈을 의심하여 긴급하게 뇌촬영을 의뢰하였다. 급히 시행된 뇌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뇌간의 병변이 관찰되었으며 이는 뇌졸중으로 진단되었다. 흔히들 뇌졸중 혹은 중풍은 대뇌에서만 생기는 질환으로 오해를 하는데 이렇게 심한 어지러움증은 뇌보다 더 밑에 목 윗부분의 뇌간에 생기는 뇌졸증으로 인해 더 심하게 생길 수 있다. 어지럼증은 현훈이라고도 하며 매우 흔한 증상으로 연구에 의하면 인구 10명당 한명꼴로 이를 경험한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65세 이상에서는 인구의 30%에서 어지럼증이 발생하며 이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욱 증가한다고 한다. 어지럼증은 노년인구에서는 낙상의 가장 큰 원인의 하나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지럼증은 다양한 여러종류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또한 어지럼증 자체가 다양한 패턴을 따라 나타나므로 감별진단이 그리 쉽지않은 증상이라 할 수 있다. 위 환자의 예와 같이 뇌간 부위에 발생한 뇌졸중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때로는 치명적일 수도 있으며 후유증도 심각하므로 증상초기에 신경내과 전문의의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어지러움증의 하나이다.
노인에서 어지럼증이 증가하는것은 노화과정에 동반된 평형관련 신체기능의 감퇴와 내이(귓속)의 전정기관을 포함한 전정신경계의 여러질환들이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는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동반된 내과질환들이나 특정한 약물들이 관여하기도 한다. 따라서 노인이 어지럼증을 호소한다면 이를 단순히 노화 과정의 일부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여러 종류의 다양한 양상의 어지럼증이 함께 존재할 가능성이 크므로 오히려 더 자세한 병력청취와 전문적인 진찰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의학박사(MD), 신경내과전문의(Neurologist) 임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