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인의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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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순환에 순응해야함의 절실함…따뜻한 봄빛이 어쩌구 저쩌구 시적으로 감성에 젖어 햇살 찬가가 무르익을 무렵
여과 없이 내리 쬐는 햇빛의 열기는 움직임을 저지한체 꼼짝마라를 경고하고 있다.
층이 없는 단층집이라 지면과 위로부터 전달되는 열은 당췌 맞춰놓은 숫자를 깡그리 무시한체 어둑어둑 해질쯤에서야 그 기운이 잦아든다.

후~후~ 내뿜는 숨소리도 더워서 왔다갔다 반복되는 얼음물 들이키기가 잦아진다.
그렇게 쉼없이 냉장고에 얼굴 내밀어 숨은 보물찾듯 연신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드디어 서늘한 가슴으로 채워줄 들깨 수제비 반죽을 찾았다.
다양한 이들과 나의 입을 호강 시킨 레서피라면 오렌지 껍질을 결들인 발사믹 드레싱으로 도토리묵에 호의호식을 시키는가하면,
두부를 널찍하게 썰어서는 찌그러진 양푼으로 추억까지 레서피로 동참하게 한뒤 들깨가루 듬뿍 넣어 보글보글 자작하게 한솥 끓여낸다.
어디 이뿐인가!주신이의 레서피에 의하면 밀가루는 7로 들깨가루는 3으로 먼저 넓은 볼에 각각 조절하여 놓는다.
여기에 7:3의 숨막히는 경이로운 비율에다 미지근한 물에 소금을 적당히 넣고,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로 치대기를 여러번 하다가 랩을 씌워 냉장고에 한 두어 시간쯤 숙성을 시킨다.
이처럼 공을 들여야 먹는 귀한 재료이다보니 각각의 요리에 의해 맛보는 이들은 별다른 기교가 없을지라도 엄지척을 쉽게 내보여 준다.
이러할진데 송글송글 땀이 맺을 정도로 치댔던 수제비 반죽의 쫄깃함을 맛본다면 더하지 않겠는가!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우려 낸뒤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춰 푸루륵 끓어 오를때 두껍던지 혹은 찢어져서 어설프게 끓는 물에 알아서
들어가든지 나는 재빠르게 손수제비를 퐁당퐁당 돌을 던지듯 영혼없는 동작을 반복한다.그러다 동동 떠오르며 수제비 나르샤
들깨향기를 코끝으로 감지할때 마지막으로 색감의 반전으로 연초록 파를 슴덩슴덩 썰어 마늘과 함께 마무리 해준다.
이렇게 우리가 그러하듯 나의 손에 제작 되어진 수제비 모양들은 제각각 다르지만 적당한 식감이 기억 저편 추억까지 밀려오게 한다.
연보라빛 들깨꽃이 질때쯤 잘여문 들깨대를 통째로 마당에 펼친뒤 튀지않게 내리치는 허리굽은 마을 어르신들의 도리깨질까지…



먹고 난뒤의 후폭풍은 예사롭지가 않다.
펄떡펄떡 뛰는 더운 가슴은 등에 흐르는 땀까지 가세하여 추억이고 나발이고 그저 덥다라는 강한 심리적 압박감만 남을뿐이다.이유는 간단하다.
음식에는 더운성질과 차가운 성질로 나눠지는데 들깨의 성질은 열을 내서 우리의 몸을 따뜻하게 북돋아 주는 성질인것이다.
하지만 난 조금은 다르다.
여자이나 분명히 “태양인”이라 명명 받아 음식도 메밀,오이, 여주 참외,수박등…차가운 기운이 내몸에 맞았던것이다.
아무리 지금 내앞에 남은 들깨 가루 반죽이 있다한들 나에게는 더 지루한 열을 가하리라.그래도 어찌할것인가.
굶주림을 감내하는 지구촌 어딘가를 생가하면 차마 버릴수는 없는일이다.그렇다면 또 물을 끓이자.
그리하여 다시 불규칙한 모양새로 수제비를 띄워서는 얼음물 동동 띄운 물에 긴급투하 시킨다.
그리고 탄탄한 탄력으로 재탄생 시킨뒤 몇개 남지 않은 말린 무화과를 썰고,발사믹 식초와 올리브 오일,아주 특별한 계피청을 섞어준다.
여기에 민들레를 현장수거 하여 그위에 차갑고도 서늘하게 도도함을 갖춘 수제비를 올려준다.
삼일절도 아니고 광복절도 아니지만 우리의 한식재료로 이나라 이땅 Memorial Day에 애국사랑 충만하게 동서양의 트렌드로 주제를 운운 하며
“들깨 수제비 파스타”를 음미하는 것이다.비록 차갑게 먹으나 가슴에 열이 나서 태양인의 후회가 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