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만 나도 몸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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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조여오고 심장이 시시 때때로 두근거리며, 자꾸 짜증이 나거나 별것도 아닌 일에 깜짝 깜짝 놀라게 된다.
밤에 잠을 설치는 것은 기본 옵션이며, 식은땀도 흘리고, 두통과 만성 소화불량이 있는 것이 아무래도 몸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싶어
병원에 가봐도 단순히 ‘스트레스’일 뿐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만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성별, 연령, 사회적인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다는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인류 역사상 그 어느때보다 현대사회에서는 각종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인 이상증세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각종 병원을 전전하는 이들이 많은데,
혹자는 이를 빗대어 현대 사회를 ‘노이로제’의 시대라고까지 이야기 한다.
현대의학에서는 온 갖 부정적인 정신적 자극을 통틀어 ‘스트레스’라는 커다란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놓은 반면,
한의학에서는 약 2천년전부터 인간의 정신기능을 희(喜, 기쁨),노(怒, 노여움), 우(憂,근심),사(思, 생각이 많음),비(悲, 슬픔)공(恐,공포),경(驚,놀램)의
일곱가지의 감정으로 세분화시켜 각각의 자극과 신체의 상관 관계를 연구해 왔다.
이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신체적인 이상상태 사이의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현대의학에서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지 채
100년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이 일곱가지 감정, 즉 칠정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반드시 겪게 되는 것 들인데,
문제는 이것들 중 어떤 특정한 감정이 과도해지는 상태가 생기면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신체적인 불균형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오늘은 이 칠정 중에서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 가장 많이 겪게 되는 감정 중 하나인 ‘노여움’, 즉 분노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 해보자.
보통 우리는 분노의 감정을 느낄 때 흔히 ‘화가 치밀어 오른다’, ‘열 받는다’, ‘속이 부글 부글하다’ 와 같은 표현들을 사용한다.
이 표현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분노라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화(火)’나 ‘열(熱)’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반대로 분노가 식어가는 감정 상태는 ‘화가 가라앉는다’, ‘열이 식는다’와 같이 ‘온도가 내려가 차가워 지는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표현은 한의학에서 분노라는 감정이 우리 몸에 일으키는 신체적인 불균형 상태의 기전을 설명하기 위해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오랜 시간에 걸쳐 한의학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생활의학으로서 자리잡아 왔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한의학에서는 분노라는 감정을 ‘화(火)’라는 개념을 사용해 표현하고 있을까?
이는 외부의 온도가 올라가거나 매운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분노가 우리의 감정을 고양시키면, 실제로 우리 몸에서는 열이 나기 때문이다.
즉 ‘열 받는다’라는 표현은 실제로 우리가 분노할 때 몸에서는 열을 내는 생리작용이 일어나고 의미하고,
이렇게 생겨난 열이 빠른 시간내에 해소되지 않을 때는 ’속이 부글 부글 끓고 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또 이렇게 쌓여진 열이 자연법칙을 따라 위로 상승하는 현상을 한의학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 신체의 상부까지 올라간 열기가 더이상 오를 곳이 없어 한 곳에 쌓이기 시작하면 열로 인해 가슴과 머리에 압력이 증가하는데,
이 상태를 우리는 ‘울화통이 터질 것 같다’라고 표현한다.
상태가 여기까지 오면 몸안에 가득 맺힌 화(火)기로 인해 얼굴은 붉게 상기되며 화끈거리게 되고, 입이 자꾸 마르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해지는 등의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열이 자꾸 위로만 오르니 몸의 상부는 더워지고 아파진다면,
몸의 하부는 열을 빼앗겨 오히려 차가워지며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이쯤 되면 몸은 늘 피곤하고 머리는 아프며 잠은 오지 않고,
자꾸만 깜짝깜짝 잘 놀라게 된다. 눈이 침침하고 쉬 피로해지는 증상, 속이 메스껍다거나 불안해지며 어지럽고 얼굴이 붓는 증상들 역시 빈번해진다.
이렇게 자꾸 몸이 불편해지니 자연히 만사가 귀찮고 불안해 지면서 신경은 예민해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신경질이 나는데,
늘 초조하고 정신집중이 힘들어 지므로 기억력이 감퇴되고 순간 순간 멍해지기도 한다.
또 지나치게 건강에 신경을 쓰며 모든일에 자신이 없어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분노’의 감정으로 인해 발생한 화(火)기가 과도하게 몸 안에 가득 맺혀 있는 상태를 한의학에서는 화병(火病)이라 한다.
화병의 경우, 화병을 예방하고 다스리기 위해 엇보다 마음을 안정하고 헛된 욕심과 망상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주기적인 취미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