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내과가 무얼 하는 곳인지, 소아과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고, 산부인과, 피부과 등도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통증’이 무엇인지도 다 알지만 ‘통증의학과’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지 궁금하고 생소해 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산업혁명기 이전만 해도 의사라는 직업은 존재했지만 내과 의사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상처를 꿰맨다는지 하는 수술을 담당하는 것은 이발사들이었다. 물론 당시 가능한 수술이라는 것이 지금과 비교가 되지 않게 간단한 것이었기 때문에 대단한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이발사들도 수술에 대한 교육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드물지만 이발소 앞에 설치되어 있곤 하던 돌아가는 등을 보면 하얀색과 빨간색 줄이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피와 붕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발사 집도의(barber surgeon)의 역사성을 증명해준다.
19세기에 이르러 이발사 집도의는 서서히 자리를 감추고 의학교육을 받은 외과의사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결국 그 긴 의학의 역사에서도 외과의사의 역사는 불과 200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이다. 또 다른 예로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도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고 의업을 수행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의 일이다. 필자가 어렸을때는 신경정신과라는 병원이 있었는데 커가면서 보니 신경과와 정신과가 분리되게 되었고 처음에는 사람들이 신경과라는 곳이 도대체 뭘 하는 곳인가 궁금해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신경과에 어떤 사람이 가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가 1차 전공한 재활의학의 경우 말 자체도 1938년에 닥터 크루센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고, 미국 의학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 1946년이다. 다른 의학의 역사에 비하면 엄청난 신생 학문인 것이다. 이 재활의학에도 여러가지 세부전공이 있어서, 신경근육의학, 소아재활의학, 운동의학, 척추손상재활 등이 있고 통증의학도 세부전공의 하나이다. 수련내용의 미세한 차이는 있으나 마취과에서도 통증의학이라는 세부전공이 있어서 개업한 마취과 의사들은 마취통증의학이라는 전문과목을 표방하기도 하여 통증의학과 의사들은 대부분 마취과나 재활의학의 1차 전공을 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드물게는 내과, 정신과, 신경과 의사들도 통증 의학을 전공하기도 하고, 신경외과나 정형외과, 방사선과 의사들이 통증의학과 의사들이 주로 행하는 중재적 척추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통증의학은 최근에 생긴 통증 환자를 전문적으로 보는 세부전문과목이며 주된 환자로는 목과 허리 등 척추의 통증이 디스크나 관절염으로 인한 경우, 각종 질환으로 인한 어깨, 무릎, 팔꿈치, 손, 발의 통증, 두통, 신경 손상으로 인한 통증, 섬유근통을 가진 분들이 오게 된다.
지금도 필자의 오피스에는 통증의학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물리치료와 카이로프랙틱과는 어떻게 다른지 문의하는 전화가 매일 걸려온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그냥 편하게 각종 통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메디컬닥터가 있는 곳이 ‘통증의학과’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