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쥐의 아침은 우아했다

unknown_13월의 끝자락…아침부터 부산떨며 요란법썩이다.

이미 어슴프레 밝아오는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는 야무진 아우와 동료들을 위해 특별 배달까지 하기로 약속한 처절한 현실이 닥쳤기 때문이다.

비까지 주룩주룩 오니 “여왕의 가면”을 쓴 콩쥐 신세가 처량하나 어차피 가면 쓴 여왕답게 맛있는 런치까지 싸들고 가서 화끈하게 응원하리라!

겸사 겸사 우아한 브런치로 콩쥐의 아침이 시작될 불길한 행복에 나름 제대로 위로는 된다.

일단 밥순이 답게 밥을 정성 가득 짓자!!!
잠에 취한체 쌀을 찬물로 목욕 제개 시키고 인정사정 없이 강력 화력 발사하여 열에 의해 맡겨진 쌀이 뜸까지 들어 비로서 제모습을 찾는 밥을….
쌀은 자신의 운명을 알기나 했을까….
너른 들에서 햇빛과 바람을 벗삼아 지내던 자신이 내손에 의해 진주알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밥이 될지를…. 그리고 쌀은 몰랐을 것이다.
쌀푸대에서 세상밖으로 나와서 장금이 버금가는 나의 솜씨로 밥이 될지는…. 슬프니? 슬플때는 그냥 내버려 두는것이 상책이다.
“매일 매일 먹는 밥은 지루하고 재미없어”라고 응석 외면 맞짱뜨고, 적당히 틀을 만들어 노릇노릇 스테이크 굽듯 뜨거워진 팬에 인내심있게
구워준 뒤 20분간 그 열이 식을 동안까지 명상하게 내버려 둔다.
그리고 이맘때쯤 이면 나를 사로잡은 포토벨로(portobello)란 버섯을 요리보고 저리보고 FBI 못지않은 정보를 긴급 입수한다.

포토벨로 버섯은 완전히 성숙한 크레미니(cremini) 버섯의 일종으로 갈색을 띤 매우 크고 납작한 갓의 형태를 지녀 완전하게 노출된 주름이 특징인 녀석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흰색 양송이 버섯의 사촌쯤 되겠다. 다른 버섯보다 ERGOTHIONEINE(에르고티오나인)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고,
항산화 물질의 일종인 ERGOTHINEINE(에르고티오나인)은 혈관내 접착된 물질이 쌓이는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아준다니 그야말로 필링~~하게 하는 놈이다.
다른 버섯보다 한층 더 깊고 찐한~ 그윽하게 흘러나오는 채즙의 향기와 채식주의자들도 고기대신 먹는다는 포토벨로를
그냥 오일 두른 팬에 굽기만해도 왠지~ 고기맛 나는 신기한 녀석이다. 버섯은 [향기를 즐기는 것] [맛을 즐기는 것] [미관을 즐기는 것]등이 있는데 나는 오늘 모두다 보여줄 참이다.

먼저 간택 되어진 포토벨로에 올리브 오일을 발라주어 광내준 뒤, 낮은 불위에 팬을 얹고 버터를 녹여 마늘 3쪽 잘라 넣어 풍미를 더한 뒤 앞뒤로 약 10-20분간 은근히 온도를 가해준다.
소금과 후추는 마지막에 뿌려주면 음~~~ 이 향긋한 향기~ 좋으다.하지만 이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나는 명상을 마치고 자신의 운명을 깨끗이 받아들여
이미 성형된 스테이크로 만들어진 밥에게 “너를 외롭지 않게 해줄께”라고 달래어 접시에 놓은 뒤 그윽한 맛을 자랑하는 포토벨로와 찐하게 포옹하게 해준다.
여기에 우리 아우와 동료들 힘내라고 천연 에스트로겐이 듬뿍~~ 함유된 맛있고 상큼한 석류소스로 풍미를 더해볼까?
왠만한 소스에도 어울릴 BBQ소스 3스픈,상큼하고 깊은맛 뽐내는 발사믹식초2스픈,칼로리가 낮다고 강력 주장하는 버터 2조각에 팜므파탈 붉고 붉은 석류알을 넣고,
꿀2스픈으로 달콤함 더해주면 캬~~~~~~보기에도 좋구나!!!이로써 나는 영악한 머리 굴려 발칙하고 이기적이지만 비도 주룩주룩 하루종일 온다 하니 일단 나부터 배를 채우기로 했다.
그리고 봄빛 머금은 비를 즐기며 에스프레소에 가까운 진한 커피를 마시며 나의 아침은 또 이렇게 시작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