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수불가상태 (Currently Not Collectible), 어떤 이에겐 단 한줄기 희망

 

 

 

 

미국세청에서 온 클라이언트 관련 편지를 매일 열어보지만, 기다리고 있던 한 고객의 케이스에 대한 국세청 편지를 받아들고는 가슴이 벌렁거렸다. 다행히 봉투가 아주 얇았다. 국세청 편지는 봉투가 두툼할수록 나쁜 소식이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좋은 소식이었다.
클라이언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세금문제의 배경이 다르므로 국세청 제출문서를 만들때는 ‘맞춤 제작’이 필요하다. 이 케이스의 자초지종은 이랬다. 어느날 백발로 곱게 연세드신 어르신께서 아들 세금문제 때문에 수소문해서 찾아왔다고 국세청 편지를 책상에 내려놓으셨다. 아들이 알면 엄마한테 부담가는 일이라고 차일피일 미룰 것이 분명하니 오십이 다 된 아들의 세금문제를 팔십 어르신이 들고 오신 것이다.

 

아들은 미국에서의 사업실패와 이혼소송 후 각종 성인병과 우울증으로 고생하다 수 년 전 거의 도피하듯 한국으로 떠나버렸고 어머니는 미국 노인아파트에 남아 거주해왔다. 아들이 남기고 간 1억원이 넘는 세금빚과 국세청의 징수활동으로 국세청 추징편지를 받을 때마다 어르신의 가슴은 답답해졌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도무지 길을 몰랐다. 급기야는 아들의 여권갱신 불허 및 취소 조치까지 들어간 상태였다. 이럴 땐 미국 귀환은 가능하나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혹여 어머니가 위독해지셔도 아들의 방문이 자유롭지 않게 된다.
의뢰를 받고 아들의 국세청 자료를 조사해보니 이미 세금조정 및 탕감신청 (offer in compromise)이 거부된 적이 있었다. 2013년 이후로는 세금보고를 아예 하지 않았고, 납세자도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소득 정보도 잡히지 않았다. 보통 지난 6년치 세금보고가 완료되고 올해의 예치세도 내고 있는 상태여야 다음 검토단계로 옮겨갈 수 있게 되지만 이 케이스는 좀 특이했다. 미시민권 납세자가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세금보고를 하고 있었으므로 미국 소득세보고 및 FBAR 보고까지 필요했다. 깨끗하게 해결하자고 자칫 잘못해서 Offer in Compromise 케이스로 진행하다간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는 징수불가상태로 묶어놓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섰다.

 

다행히 클라이언트의 한달 최저 소득과 지출 등으로 징수불가상태가 합당함을 보여주는 재정자료를 완성하고, 각종 성인병 치료기록, 미국에서의 사업 실패와 이혼 등의 히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배경자료까지 제출했다. 외국에 거주하는 미 납세자들의 자료는 유타주에 있는 IRS 센터로 제출해야 한다. 한달이 넘는 매니저급의 검토를 마친 후 최종적으로 징수불가상태로 확정한다는 결과가 적힌 국세청 편지를 오늘 받은 것이었다. 너무 좋아서 그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얘기하며 만세를 불렀다. 아들은 귀환 걱정 없이 미국에 계신 어머니를 방문할 수 있게 되었고, 당분간은 국세청의 징수활동에 대해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스윗 딜이었다. 징수불가상태 (Currently Not Collectible)를 고객용으로 맞춤제작한 예가 아닐까 한다.

 

© Sammy Ki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국어 상담: 703-810-7178
•지난컬럼보기 www.sammy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