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건강에 좋은가? (2) : 우유

Got Milk?

혹시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각지의 유명 인사들이 입술에 우유를 잔뜩 묻히고 당당히 서있는 사진을 여기 저기서 본 기억이 있는가? 그 사진들은 바로 ‘Got Milk?’라는 이름으로 1993년 우유 가공업자와 낙농업자들의 투자로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던 우유 소비 캠페인의 일환이었는데, 그 효과는 그야말로 어마어마 했다. 그로 인해 ‘완전 식품 우유’, ‘건강에 너무도 좋은 식품인 우유’라는 개념이 일반 대중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으며, 근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유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양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우유의 장점
물론 영양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유라는 식품은 각종 미네랄과 단백질이 골고루 들어있으면서 심지어 먹기도 간편하고 맛도 좋은 매우 훌륭한 식품임에 틀림없다. 특히 우유는 현대인이 부족하기 쉬운 칼슘의 풍부한 에너지원이라 매일 한 두잔씩만 섭취하면 우리 몸에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영양학자들이 임산부나 성장기 청소년, 그리고 골다공증에 대한 예방의 필요가 있는 ‘모든 여성’들은 우유의 섭취를 생활화하는 것이 건강적으로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 한다.

우유가 뼈를 삭힌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다른 문화권에서(아시아, 아프리카) 행해신 일련의 실험 결과들은 이러한 ‘우유에 대한 믿음’이 상당부분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1997년 하버드대학에서 7만7천명을 대상으로 12년간 연구한 결과에서는 매일 우유를 두잔이상 마시는 그룹이 우유를 일주일에 한잔 이하로 마시는 그룹보다 오히려 골절률이 50%이상 높았음을 밝혀 내었다. 이는 우유 단백질이 혈액을 산성화시키고 산성화된 혈액을 중화하기 위해 우리 몸은 오히려 뼈에서 칼슘을 빼내기 때문이다. 즉, 칼슘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우유를 섭취하면 섭취할 수록 일반 상식과는 달리 우리 몸속의 뼈들은 더 많은 칼슘을 잃게 되는 칼슘패러독스가 생기는 것이다. 같은 문맥에서 또 다른 통계를 바라보면 전세계에서 우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4대 국가인 덴마크, 스웨덴, 미국, 영국은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골다공증 환자의 비율이 높은 4대국가이기도 하다는 것이 놀랍지 않게 된다.

우유을 많이 마시면 병에 걸린다?
1997년 미국 ‘간호연구’에서는 우유를 먹는 습관을 지닌 폐경기 여성이 우유를 먹지 않는 폐경기 여성보다 40% 더 골반 골절이 많은 것을 밝혀 내었고, 미국립환경건강과학연구원에서 13만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9년간 추적관찰한 연구결과에서는 유제품을 즐겨먹는 사람에게서 파킨슨씨병 발병 위험이 60%가까이 높아짐을 밝혀냈다. 또 여러 다른 연구에서도 우유가 과민성 대장증후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비만, 남여 불임 같은 질환의 발병위험을 크게 높임을 지적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우유와 우리 몸의 관계
그렇다면 이처럼 우유가 가진 양면성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우유는 우리 몸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해가 될까?

우리몸에 좋은 음식은 우리 몸이 스스로 구분할 수 있다
일단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에 우리에게 필요하고 이득이 되는 음식과, 불필요하거나 해가 되는 음식을 자체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기능이 내제되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여성이 임신을 하면 임신기간동안 뱃속의 아이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있는 특정한 음식이 갑자기 먹고 싶어지고, 평소라면 먹지 못했을 음식까지도 먹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몸은 정말 우리에게 필요하고 득이 되는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도 잘 되고 편안해지지만, 해가 되는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소화를 비롯해 여러가지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면서 거부를 한다. 그런데 우유는 대부분의 성인들에게 불편한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우유가 적어도 대다수의 성인 인간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이라 우리 몸이 스스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인이 된 인간의 몸은 우유를 소화하기 힘들어 한다는 것의 의미
심지어 아무런 무리 없이 우유를 먹던 어린이도 성인이 되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백인의 약 20%, 흑인이나 동양인의 경우는 약 80-90% 정도의 인구에서 유당분해효소가 성장과 함께 사라지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더이상 ‘젖’이라는 형태속에 담겨있는 여러가지 요소가 성인이 된 인체에게는 불필요하거나 혹은 해가 될 때 우리 몸에서 자연스럽게 거부를 하기 위해 생겨난 메카니즘이다. 갓난 아이에게 성인이 먹을 법한 음식을 강제로 먹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반응이 나타나는 성인은 우유를 억지로 먹지 않는 것이 더 이득이다. 지금까지 아무 생각없이 칼슘의 보충을 위해, 혹은 부족한 끼니를 때우기 위해 우유를 일상적으로 복용해왔다면, 이번 기회에 한번 쯤은 성인으로서의 옳바른 식습관에 대해 재고해 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