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좋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출근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된 일이다. 1분만 더, 아니 2분만 더,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기만 하다. 결국 잠을 털어버리며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받을 일이다.

많은 사람은 주말을 기다리지만, 나는 월요일을 기다린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다독이고 껴안으며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나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일한다는 것은 피곤하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있기에 나는 월요일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들 다 키워 놓으니 이젠 제가 자식들 눈엣가시가 된 기분이에요.”라고 말하는 노인의 얼굴엔 자신도 모르게 자식에 대한 서러움이 눈가에 맺힌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가슴에 깊게 배인 아쉬움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자식도 해 줄 수 없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해 줄 수 있겠는가! 그래도 우리는 그들의 손을 잡고 위로하며 그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같이 찾는다. 암 수술에 탈장 수술까지 게다가 간이 좋지 않아 약을 먹고 있다는 누군가는 “이런 몸으로 일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일거리를 찾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남의 집 지하 방 거실 한 가운데에 세 들어 살고 있다는 그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고. “차 융자금이 너무 많아 재융자를 하고 싶은데 제가 지금 일이 없다 보니 그게 안 되네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엔 걱정이 태산이다. 병원엔 계속 가야 하는데 보험이 없어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그에게 메디케이드 신청을 해 주며 “아마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신청한 뒤 안 된다고 하면 보건소라도 신청하세요.”라며 그를 돌려보냈지만, 그 사람도 나도 자신은 없었다.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그의 한 달 비의 융자금이라도 지급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우리의 입에선 나오는 게 한숨뿐이다. 어려움이야 극복할 수 있겠지만, 당장 밀려 있는 방세 또는 융자금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이것저것 다 떼고 나니 방세가 모자라요.”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얼마가 모자라는데요?”라고 물으니 “$900을 더 마련해야 하는데 너무 답답하네요.”라고 하였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런 많은 돈을 드릴 수 있는 여유가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그걸 달라고 온 것은 아니고 너무 답답해서 그냥 왔습니다.”라고 하였다. “방세가 밀리면 이자가 엄청 많이 나온다.”라며 한숨 쉬는 그에게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 우리를 찾는 사람은 다양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우리도 그들과 함께 한숨 외엔 나올 것이 없다.

어느 노인이 찾아와 “내가 아는 여자가 카지노 갔다 오다가 25마일이나 속도위반 해서 걸렸는데 벌금만 내면 될까요?”라고 물었다. “아마 운전 정지당하고 벌금 내야 할 겁니다.”라고 하자 “그러면 변호사 사야 할까요?”라고 묻는다. “변호사가 뭘 변호할 건데요?”라고 하자 “그럼 어떻게 해요?”라고 하였다. 나는 속으로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그냥 판사가 때리는 대로 맞을 수밖에 없지.’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속으로 궁금한 것은 ‘돈을 따서 좋아서 달렸나? 아니면 돈을 다 잃어서 화가 나서 달렸나?’였지만, 그것까지 내가 알 필요는 없었다. 어느 여인이 전화로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화장해 달라고 하는데 화장하는 데 얼마나 들까요?”라고 물었다. “그건 모르는데요.”라고 하자 “화장하는 것도 가격이 다 다르다고 하던데요?”라고 묻는다. “저는 모르겠으니 그런 것은 장의사에 가서 물어보세요.”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는데 바로 다른 전화가 걸려온다. “영사과가 몇 시에 여나요?”라고 묻는다. “영사과에 전화해서 물어보세요.”라고 하자 “그런 건 모르시는군요. 그럼 영사과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라고 하기에 “모릅니다.”라고 한 뒤 전화를 끊는다. 하루에도 수많은 전화가 걸려오고 많은 사람이 찾는다. 그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기에 나는 월요일을 좋아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www.ykcs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