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뇌 없이도 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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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 꽤 흥미있는 기사를 읽었는데, 기사의 제목이 ‘뇌 없이도 정상생활 가능?’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하겠지만 사실 의학계에서는 뇌가 없이 아무런 이상 없이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사람들의 케이스들이 많이 보고되어 있다. 이 기사는 바로 그 케이스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내 관심을 자극한 것은 이 연구를 진행한 의사(서양의학)의 결론이었다. 우선 아래 그 기사를 요약해보자.

‘이야기는1980년, 우연히 자신의 병원을 방문하였던 20대 남성을 진찰한 존 로버라는 의사에게서 시작된다. 이 마크라는 20대 청년은 극심한 뇌수종을 앓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80%의 뇌가 소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명문대로 꼽히는 셰필드 대학교의 수학과에 재학하고 있을 만큼 어떠한 지능이나 인지 기능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존 로버라는 의사는 이를 동료들이 믿지 않자 더 자세한 연구를 시작하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600명이 넘는 뇌수종 환자들의 뇌 CT사진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뇌의 95%이상이 비어있는 사람을 60명 가까이 찾아냈는데, 그 중 절반 가량인 30여명은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존 로버의 연구 결과는 ‘당신의 뇌는 꼭 필요한가?’라는 제목으로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이후 존 앤드류 아머라는 과학자는, 장기이식 후 이식자와 비슷한 성격을 갖게되는 환자들의 경우가 흔하다는 것을 근거로 신경 세포 때문에 뇌가 없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즉 장기의 신경 세포 안에 기억 저장 기능이 있어 장기가 작은 뇌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의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사람의 감정은 머리가(뇌) 아닌 장기(오장육부)에서 처리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우울증이나 불안증 같은 감정조절 이상이나 정신이상 같은 질병의 치료를 위해 상담을 하고 뇌의 기능을 조절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현대의학식의 접근법과는 달리, 한의학에서는 장기 기능을 조절하는 방법을 취한다.

우울증 환자는 폐를 강화시키기 위해 달리는 것을 권하고,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이에게는 육식과 음주를 금하는 식의 생활습관 지도를 하는 식이다. 좀 더 빠른 치료를 위해 한약이나 침을 사용할 때도 그 치료의 대상은 늘 뇌가 아니라 폐, 간, 신장 같은 장기가 된다.

당신이 분노를 참지 못하는 것은 ‘화가 날 이유’가 되는 정보를 처리한 뇌의 결정이 아니라, 당신의 간이 ‘화’라는 감정을 미처 감당하지 못해 여분의 감정찌꺼기가 밖으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화를 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 그 정보를 뇌에 입력하고 의지로 ‘분노’를 가지지 않으려 해왔던 노력이 자꾸만 실패해 온 것이다. 당신이 내리는 대부분의 결정은 정보와 의지의 영향보다, 건강과 감정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이다.

한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잠을 충분히 자고, 육식이나 주류같이 간에 부담을 주는 음식을 피하고,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방식이(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 또한 간이 평상시 해야 할 일 업무중의 하나이다) 훨씬 더 분노라는 감정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리고 이는 사실이다.

지식과 정보같이 불변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서양철학에서 파생한 현대과학은,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는 장기인 뇌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모든 것을 뇌 중심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감정과 현상같이 늘 변화하는 것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추구해온 동양 철학에서 파생한 한의학은 감정을 처리하는 장기인 몸통안의 오장육부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모든 것을 오장육부 중심으로 생각한다.

현대 의학이 발달하고 더 많은 임상결과가 쌓일수록 한의학의 오래된 구닥다리 주장들을 오히려 옹호하고… 한의사처럼 생각하는 의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