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민권을 포기하나요?

이민을 오기 위한 일이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민을 오기 위해 치러야 할 수속절차는 너무 까다로워 많은 사람이 영주권을 받기 위해 해야 하는 노력은 정말 이루 다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 취업비자로 이민 온 그는 자신이 근무할 회사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가 받기로 한 월급이 한국에서 알고 있었던 액수보다 너무 적었다. 그 월급으로 가족이 살아갈 수 없어 그는 회사를 포기하고 다른 일거리를 찾아다니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어려웠지만 이민의 아픔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미국에서의 삶이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덕분에 아이들은 잘 성장하여 자신의 일을 찾았고 아내와 아이들은 미국 시민권자가 되었다.

 

이제 남편만 시민권을 취득하면 모든 가족이 미국시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시민권을 신청하여 인터뷰에 합격했지만, 서류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심사관의 결정에 따라 그는 두 번째의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근무해야 할 회사에서 일하지 않았다는 것이 걸림돌이 되었다. 이민국에서는 왜 일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서를 회사에서 받아오라고 통보하였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스폰서를 서 주기로 했다던 회사에서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는 말로 그의 취업을 거절하였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되었든, 그는 근무한 적이 없었고 이민국에서는 그가 근무했던 경력서를 받아 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몇 번이나 찾아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애원했지만 워낙 오래된 일이었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 또한 없었다. 결국 그 회사에서는 이민국에 “000는 우리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라는 통보를 보내 왔고 그는 시민권 자격을 잃을 처지에 놓여 버렸다.

 

그는 절망했다.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어쩌면 그가 추방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온 가족이 사시나무 떨듯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는 변호사를 찾아다니며 하소연을 했지만,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당신은 잘못하면 영주권까지 빼앗기고 추방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라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가족과 헤어질 수 있다는 변호사 말에 그는 주저앉고 말았다. 공연히 시민권을 신청해서 오히려 큰 불행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도 없었고 일도 할 수 없었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써주지 않아서 일을 하지 못한 것인데 영주권을 뺏고 추방 당할 수 있다는 변호사 말을 믿지 마세요.”라고 말은 했지만 지금 그가 겪고 있는 고통, 그것은 아픔이었다.
어떤 가족도 변호사의 말만 듣고 시민권 신청을 포기하고 살았다. “변호사가 시민권 신청하면 영주권까지 뻇고 추방까지 당할 수 있으니 시민권 신청은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만일 영주권을 빼았으면 제가 멱살을 잡고서라도 영주권 찾아드릴 테니 시민권 신청하세요.”라는 나의 말 한 마디를 믿고 영주권 갱신하려던 그녀는 남편과 함께 시민권 신청을 한 후, 시민권을 취득하였다. 많은 사람이 “왜? 시민권 신청을 안 하세요?”라고 물으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폰서 문제 때문에 변호사의 말을 듣고 영주권 반납 당할까 무섭다는 말을 한다. 영주권을 받은 후 시민권을 신청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어쩐 일인지 변호사의 말을 듣고 아예 시민권을 포기하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도 며칠 전 전화를 걸어왔다. “시민권 선서하라고 편지가 왔어요. 어떻게 된 일이지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기쁨이 넘쳤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하고 있었다. “혹시, 거기 가서 영주권 뺏고 시민권 증서를 안 주면 어떻게 하지요?”라고 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그런 일을 없을겁니다.”라고 하자 “정말일까요? 그런데 왜 변호사들이 그런 말을 했을까요?”라고 한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떠한 문제로 시민권을 포기하고 있는 많은 사람이 절망 또는 불안해 하지 않는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