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시상식의 최대수혜자는 IRS?

공짜 좋아하는 건 스타들도 매한가지인 듯 하다. 작년 이맘 때도 오스카 시상식에서 스타들에게 제공된 홍보용 선물에 세금이 붙는다는 컬럼을 기재했었는데 올해는 한국영화가 오스카의 주인공이 되는 바람에 더욱더 주의깊게 지켜보았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아무렇지 않게 놓여있던 감자칩의 매출이 하늘을 찌르는가 하면 가족들이 반지하에서 접던 피자 상자와 연관된 가게에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걸 보면, 각 업체의 상품을 스타를 통해 가급적 카메라 앞에서 입고 사용하고 걸치는 모습을 바라는 업체들도 이해가 된다. 회사 홍보에 혈안이 된 마켓팅팀들은 아카데미측에 $4,000에서 $50,000 사이의 수수료까지 지불하면서도, 갖가지 상품들로 이루어진 선물상자 (gift bag)를 배우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애쓴다.

단 24명의 영화배우들과 감독들만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게 되지만 수상하지 못해도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배우가 각 분야 후보에 이름만 올려도 “후보에 오른 당신은 이미 수상자!”라고 쓰여진 선물상자를 받는다. 이 선물상자의 내용물을 돈으로 환산한 가치는 매 년 올라가고 있으며, 2020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후보 배우들에게 지급된 선물상자의 가치는 무려 $225,000 상당이었다고 한다.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간에 무시하기에는 액수가 너무 크다.
후보 배우와 감독들에게 여행용 수트케이스에 포장되어 배달되는 이 “swag” 선물상자 안에는 대부분 호화롭고 비싼 선물들로 가득하지만, 때론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상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는 $78,000 상당의 남극 크루즈 여행권, 스페인 해안 로맨틱 여행권, 베스트 스파 리조트로 선정된 Golden Door Wellness Resort 이용권, 최근 패셔니스타들에게 유명한 팔찌, 화장품, 럭셔리 브라, 요트 여행권, 휴대용 영화프로젝터, 실크 기모노 목욕가운, 고급데킬라, 초코렛 등이 있었으나 의료용 소변검사기구와 $25,000 상당의 맨하탄의 한 피부과 이용권, 중매알선업체 일년 회원권, 18K 금으로 도금한 전자담배 겸용펜 등도 있었다.

IRS와 영화업계에서 수 년간 이 선물의 소득세 보고를 놓고 입장 대립이 심했었지만, 결국 소득세 계산에 포함되어야 할 소득으로 판정이 났고, 2006년부터 아카데미측은 이 선물상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받은 선물이 “무상증여(gift)”이지 “소득”이 아니라고 IRS의 입장에 맞서 주장할 만한 근거 이론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홍보 회사에서 스타를 존경하고 사랑해서 댓가없이 주는 선물(gif)이 아니기 때문이다. 엄연히 자회사 상품홍보 목적의 사업경비로 세무보고시 공제하고, 선물을 받은 스타들에게는 세금보고 시기 전에 1099 양식을 보낸다.

어떤 스타들은 홍보용 선물을 거부하거나 기프트백을 다시 싸서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이를 항목공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선물을 수령했다면 소득세보고서에 우선 그 가치를 소득에 포함시키고, 항목공제란에서 다시 기부 공제하는 방식을 거쳐야 한다. 일단, 본인의 이름과 소셜번호로 1099-MISC가 발급된 이상 이 정보가 세금신고서에서 누락되면 IRS 서면감사가 시작된다.
스타들에게 현금을 주는 사례도 없지 않다. 몇 년 전 배우 메릴스트립의 샤넬드레스 취소 사건이 있었다. 메릴스트립의 코디팀이 1억원 상당의 맞춤드레스를 준비하고 있던 디자이너 샤넬측에게 일방적으로 중지 통보를 주면서 “시상식 드레스 착용 댓가로 거액의 현금을 지불하겠다는 곳을 찾았다”는 이유를 댔다. 메릴스트립은 이 일을 전면 부인했지만 다른 배우들에게서도 비슷한 헤프닝과 소문이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어떤 배우는 드레스 착용비로 $250,000을 받았다는 소문도 돌았는데 슬쩍 주머니에 넣었는지 소득세를 계산해서 납부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만한 돈을 지불한 디자이너는 당연히 1099 양식을 IRS에 보고했을 것이고 그 돈의 일부가 세금으로 납부되기만을 IRS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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