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 것인가!

그녀는 직장생활 하면서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였다. 몸이 고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성직자의 길을 가고 있는 남편이 모든 양에게 주님의 길을 안내해 주는 독실한 신앙인이라고 믿었기에 힘겨워도 어려워도 은퇴할 때까지 열심히 돈을 벌어 남편을 돕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남편의 행동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바쁘니까, 많은 사람을 인도하는 목자이기에 자신이 남편을 의심한다는 것 자체가 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다른 주로 자주 출장을 가는 남편, 잦은 외박이 심해지고 집에 들어와도 별로 행복하게 웃는 모습은 사라지고 있었다. “제가 아무리 목사의 아내라고 하지만, 자주 신경질 부리고 화를 내서 권태기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다른 여자가 있더라고요.”라며 눈시울을 적시는 것은 남편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절망감이 찾아든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그녀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까를 잠시 생각한다. 그런 아들을 말릴 생각보다는 지금의 며느리가 떠나가 주기를 바라는 시어머니. “네가 잠시 한국에 갔다 오너라. 내가 잘 타일러서 마음을 돌리게 해 보마.”라고 말하지만, 이미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준 아들의 마음을 어머니가 돌릴 수는 있는 것일까? 다시 마음을 돌린다 해도 자신이 지은 죄를 뉘우칠 수 없다면 다 소용없는 일, 어쩔 수 없이 돌아오는 것과 진정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돌아온다면 천만다행이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온다는 것은 그야말로 알맹이 빼고 겉껍데기만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뼈 빠지게 일해서 돈 주고 집 주고 교회까지 일구어낸 아내, 이젠 은퇴하여 교회를 이끌어 가는 남편의 뒷바라지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그녀에게 그런 평화의 길은 없었고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떠나야 할 것 같았다. 울어야 할 힘도 없었고 너무 기막힌 현실 앞에 그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가자니 그렇고 남자니 그것 또 그렇고, 가야 할 곳도 없었고, 머물 곳도 없었다. “친구 집에 잠시 머물고 있기는 한데, 이혼한다고 해도 그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돈도 없어요. 집도 교회도 모두 남편 이름으로 되었고 제 이름은 없어요. 그거야 상관없어요. 지금 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게 걱정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녀. “이혼 소송을 하게 되면 위자료는 얼마든지 받아낼 수 있잖아요.”라고 했더니 “교회에 신도도 없고 건물값도 못 내서 빚만 지고 있어요. 게다가 집을 저당 잡히고 갖다 쓴 돈이 많아요. 거기다 그 여자가 돈이 좀 있는 것 같아요.”라고 한다. 남편은 다 들통난 일이라서 그런지 아예 그 여자 집에서 살다시피 하고 집에는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 유행가에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고 하는 노래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가슴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돈만 있어도 사랑을 하는 시대인가 보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좋아도 평생 자신의 뒷바라지를 한 아내를 버린 그에게 주님께서는 얼마나 많은 행복을 줄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자신 때문에 눈물 흘리며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조강지처에 대해 생각은 하는 것일까? 아니야, 그건 절대 아닐 것이다. 아마 지금 새 여자의 가슴에 파묻혀 “조금만 기다려, 그 여자가 가고 나면 우리 빨리 결혼해서 살자.”고 속삭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이렇게 제 말씀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간다.
가진 것 다 남편에게 다 주고 결국 남편에게 버림받고 홀 껍데기 몸을 의지하며 거리를 헤매는 여인, 그야말로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어느 교회인지 모르겠지만, 그 남자의 그 잘난 낯짝을 꼭 한번 보고 싶다.
이제 그 여인이 가야 할 곳은 어디란 말인가, 자신의 못난 인생을 뒤돌아볼 수 있는 잠시의 여유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다. 아닐 것이다. 너무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길 한 모퉁이에 앉아 울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가엾고 가엾은 한 인생을 만들어 버린 목사 남편, 자신의 남편이 목사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자랑스러워 했는지 몰랐다고 했던 여인, 그러나 그토록 자랑스럽던 목사 남편은 다른 여인의 품에 안겨 버렸고, 자신의 인생을 쪽박으로 굴러버렸다.
“주님께 기도해야지요.”라고 했지만, 뭐 그동안 기도 안 해서 남편이 바람난 것이 아닐 테니 모든 것 다 버리고 마음을 추슬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