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린 아픔

자식이라곤 귀한 아들 하나뿐인 두 부부는 아들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아까워하지 않고 아들이 바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었다. 서울의 번화가에 유명한 학원을 운영하는 부부에게 꿈이 있다면 하나 뿐인 귀한 아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건강하고 착하고 똑똑한 아들, 그렇게 귀하게 키운 아들이 성장하여 미국에 있는 유명 대학에 유학을 가게 되었다. 부모는 자랑스러운 아들이 요구하는 것이라면 그 무엇도 마다치 않고 돈을 송금해 주었다. 그러나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아들이 원하는 돈의 액수가 너무 커져만 갔다. 유학 생활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일개 학생이 원하는 돈의 액수가 너무 크다 보니 부모가 아들에게 돈 씀씀이를 자제시키며 지금까지 거절하지 않았던 돈 송금을 정지하고 말았다. 그러자 화가 난 아들은 부모에게 아무런 통고도 없이 한국으로 돌아와 부모를 살해하고 불에 태워 버렸다. 그리하여 아들은 부모를 살해한 배은망덕한 죄로 그동안 애써 모은 부모의 재산 한 푼 받을 수 없는 판결을 받고 살인죄로 무기형을 선고받았다. 그 아들은 유학 생활을 하며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에 빠져 많은 빚을 지고 있었고 자신이 진 엄청난 빚을 갚기 위해 부모를 죽인 살인자가 되었다.

 

부모란 무엇인가? 자식이 성장하여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보살피고 지켜주는 지킴이일 뿐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을 못하리! 그렇게 아낌없는 사랑으로 자식을 지킨 부모, 이제 나를 위해 평생 마음으로 사랑해 주신 부모님께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마음에서 나오는 사랑일 뿐이다. 그러나 자식들은 부모가 지니고 있는 재산을 탐하여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은 큰 한숨을 지으며 자식에 대한 실망감으로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두 부부가 어려움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고생을 고생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오직 자식들을 위해 산 세월, 그리고 자식들이 모두 결혼하여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사는 것이 그저 행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식은 “이제 부모님은 있는 재산 다 우리에게 주시고 조그마한 아파트 하나 사서 살면 될 것이다.”라는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너무 어이없는 자식의 말에 실망한 부모는 “우리가 그동안 자식을 위해 고생하며 살았는데, 우리한테 이젠 늙었으니 아파트나 하나 얻어 살고, 모아둔 돈은 모두 저희에게 달라는 그 말이 너무 섭섭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 말을 들은 시어머니가 화가 나서 자식에게 야단을 친 것에 더욱 화가 났던 아들과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암 판정을 받고 수술하고 누워 있어도 찾아오지도 않았다. 그런 아들과 며느리에 대한 섭섭함으로 “이제 재산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라고 묻는다. 나는 노인에게 유산상속에 관한 설명을 하고 노인을 돌려보냈다. 부모가 모아 둔 재산은 오직 부모의 재산일 뿐, 자식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부모의 재산은 오직 나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자식들, 그런데도 자식들은 부모의 재산이 자신의 것인 줄 착각하고 부모가 빨리 돈을 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쏟아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자식들 공부시키고 결혼한 후 건물 하나씩 다 사주고 집 사주고 그러면 되었지 이젠 있는 집도 팔아서 달라고 하니 아예 모든 재산은 정부에 기부하고 싶다.”라며 한숨 쉬시던 노인, ‘재산을 빨리 물려주지 않는다고 늙은 어미 암 수술했는데도 들여다보지 않는 자식이 더 밉다.”라며 “세상에 이런 일도 있습니까?”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노인.

 

어떤 사람은 돈이 너무 많아 주체를 못 하고 어떤 사람은 돈이 없어 한 끼 밥을 걱정하고, 글쎄 그것도 다 복을 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삶이 너무 불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돈이 너무 많으면 도둑이 들기 마련이다. 이제 부부는 모든 것 다 이루어 놓고 자식들을 바라보며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야 하는데 ‘이제 늙었으니 다 내놓으시오.’라고 하는 자식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 어찌할꼬! 어찌해야 하나. 돈을 달라는 그 말 보다 자식의 심보가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안겨준 것 같다. 살아가는 데 있어 돈은 필요한 것이지만, 부모님의 마음마저 상하게 하면서 돈을 가져야 하는 자식 때문에 삶이 서럽다. 우리는 이웃을 돌아보아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게 더 아름다운 삶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