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정원 10개의 영봉들이 도열한 센티널 패스 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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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우가 차분하게 깔리는 아침을 엽니다. 예년과 달리 달아오른 로키를 식히려는 듯 미세한 수분이 안개처럼 비처럼 흩어집니다.
오늘은 루이스 호수 인근 또 다른 칭송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모레인 호수에서 출발하여 빙하 정상으로 연결된 열개의 연봉을 감상하며 오르다
마지막 센티널 패스를 넘어 피안의 세상을 경탄하고 돌아오는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길입니다.
이름하여 Centinal Pass thru Ten Peaks Trail이라는 고운 길입니다.
Valley 를 지날 때는 온갖 야생화들이 가득피어 천상의 화원을 걷는 듯 오감이 행복한 길이기도 합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주차장에 방문객들의 차가 넘쳐 갓길에 한줄씩 주차하게 해뒀는데 그 길이가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룹니다.
우리도 별수 없이 멀리 차를 두고 덤으로 1마일을 더 걸어야 했습니다.
혹자는 루이스 보다 더 아름답다고 평가해주는 모레인 호수.
보는 시간과 각도에 따라 실로 다양하게 변하는 환상적이고 감각적인 색감입니다.
이를 배경으로 단체. 개인 그룹들 사진을 찍고 하다보니 시간을 제법 써버려 서둘러 등정을 시작합니다.

호수에 걸맞게 원목으로 지어진 산장 로지 끝에서 시작되는 트레일 헤드 고시판에는 재미있는 경고가 씌어져 있습니다.
그룹 4명 이상이 함께 올라가지 않는다면 5천불 까지의 벌금을 메기겠다는..
그만큼 곰의 출현이 잦고 그로인한 인명사고가 나니 등산객들의 보호차원에서 내린 행정명령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들 곰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의 견해를 피력되는데 동화 수준의 대응 방법부터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까지 다양한 이야기로 만들어져 한바탕씩 유쾌하게 웃게 해줍니다.
그런 여유도 잠깐 벨리에 이르는 4백 미터 고도를 올리는 등정길이 벌어진 입에서는 말이 아니라 가쁜 호흡만이 나와 산을 조용하게 해버립니다.
그래도 쭉쭉 뻗은 전나무 사이로 색의 마술사 처럼 변형시키는 모레인 호수를 보며 걸으니 힘든 길이 제법 위안이 됩니다.
혼줄 놓고 비지땀을 쏟으며 한참을 오르니 갈림길이 나옵니다.
왼쪽으로는 Effel호수쪽으로 가는 길인데 이 길도 너무도 고혹적인 트레일이라 욕심 같아서는 둘다 하고 싶지만 여건상 하나를 포기하고 희미한 기억으로 대신하며 센티널 패스로 오릅니다.

한참을 땀에 젖어 오르니 좌우 길섶에 화려한 야생화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이리도 잔혹하고도 척박한 땅에서 또 이렇게 아름다운 색의 꽃을 피워낼수 있는것인지 참으로 경탄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냉혹한 기온, 부족한 일조량, 기나긴 겨울.. 어느 하나 극한적인 것이 없는데 예쁘게 피워내어 짧은 여름 한철 태우니 더욱 꽃빛이 곱습니다.
인디언 페인브러쉬는 온산을 태울듯 붉게 타오르는데 이 페인트 브러쉬 꽃을 볼때마다 비극적인 가련함이 떠오릅니다.
이 꽃 이름은 인디언들이 그 용맹성을 표현하기 위해 이 꽃잎 으깬 붉은 즙으로 얼굴에 치장한다고 해서 붙여졌다합니다.
정복자들에 의해 그리도 무참히 죽어가기 전까지는 인디언들도 저렇게 무수히 많은 페인브러쉬 꽃처럼 서로 어께를 기대어
살아왔을 것이라는 생각에 역사의 잔혹성에 대한 비감과 피지배자들에 대한 연민이 함께 교차되는 순간을 느낍니다.
눈을 다시 들어 주변을 보니 로키 아네모네 부터 초롱꽃 까지 제법 여러 종류의 꽃들이 잔설로 채색된 바탕위에 예쁘게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두세 시간을 정신줄을 놓고 걷다보니 어느새 배꼽시계가 꼬로록 하며 시각이 되었다는 경고음을 울립니다.
모두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합의를 보고 호수 변 평평한 곳 14명이 편안히 앉을 자리를 정하고 매트를 깐뒤 둥글게 정좌를 합니다.
당연 가장 풍치좋은 명당이어야 하고요. 이 작업은 자칭 풍수지리 역학의 대가라 허풍떠는 임선달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분의 몫입니다.
전 일정 우리는 국이나 찌개와 함께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데
거의 산행중이기도 하거니와 마땅히 사먹을 곳도 그리고 또 입맛에 맞지도 않아 도시락을 다들 선호하더이다.
등반이라는 기쁘지만 힘든 작업중에 먹는 오찬이라 꿀맛 같아 평소 식사량의 두배 이상을 먹게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앞에는 설산 십봉이 미려하게 이어져있고 뒤로는 센티널 패스가 명경지수 호수를 품고 장엄하게 펼쳐져 있는 세상에 어디 내 놓아도 손색없을
최고의 가든에서 우리는 항상 식사를 즐깁니다.
바람을 타고 올라온 신들과 구름타고 온 신선들이 식사를 즐기는 곳에서 함께 하는 우리도 도인이 되고 신이 된듯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로키산 과일을 즐깁니다.
복숭아며 자두며 포도며 딸기며 수박이며 체리며 부족할수 있는 비타민 C의 섭취를 위해 먹어두는데 로키산 체리는 우리에게는 먹지않으면 큰일 날것 같은 필수불가결한 영양품이 되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도 눈앞에 그려진 센티널 패스를 오르는 길.
2백 미터 이상의 고갯마루로 넘어갈 길이 또렷하게 그어져 있고 이리저리 꺽어져 이어진 선위에 작은 점같은 등반객들의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식후라고 마냥 퍼져 있을수는 없어 등반을 다시 시작합니다. 좀 덜 먹을걸 하는 후회가 바로 들도록 부담스런 등정길.
한가지 좋은 것을 취하려면 한가지 나쁜것이 따르는 것이 세상 공평한 이치 아니더냐며 자신을 토닥이며 산을 오릅니다.
이제는 우리도 그 고행의 행렬에 한 점이 되어 정상을 향해 오르는 풍경을 만들어줍니다. 드디어 눈밭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만년설을 밟게 되는 것입니다.
비탈길에 펼쳐진 만년설전. 대부분 아이젠을 챙기지 않아 조심스레 띠를 만들어 수만년 세월 위를 건너갑니다.
장난기 발동한 동행이 눈을 뭉쳐 던지기도 하니 맞대응의 눈싸움이 벌어집니다.
이처럼 대단한 자연은 초로의 나이를 무색케 하는 동심으로 돌아가 천진난만한 어린이로 만들어 버립니다.

마침내 정상에 섰습니다. 고갯마루로 다가설 때 마치 공연 무대의 막이 서서히 올라가며 내용을 보여주듯이 뒷켠에 감추어 두었던 비경을 펼쳐보입니다.
미려한 설봉들이 장구한 세월 다져온 거대 빙원이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제각기의 위치에서 최고 아름다운 장관을 만들어내는 퍼포먼스를 합니다.
참으로 행복한 순간입니다. 이 찬연한 로키의 한 산마루에서 좋은 산동무들과 함께 한 이 순간.
삶이 참으로 아름답고 축복받을 일이라 여겨지는 센티널 패스 정상에서의 감회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