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공간 연출의 이해

unknown
Story143.서보경의 쿠킹클래스
(제1강 식공간 연출의 이해)

정말 시간의 흐름은 나이와 비레하는걸까.이놈의 심장은 삼십대까지도
첫눈이라는 설레임,또는 첫해에 대한 설레임에 심쿵주의보에 적색경보까지 쩌렁쩌렁 요란이 울리더니만 엊그제 내렸을것 같았던 겨울의 첫눈에도 그 나비떼처럼 들석거리는 날개짓들은 다 어디로 간것인지 그저 허허벌판 슝슝 뚫린 40대후반의 먹먹된 가슴만 남았다.여전히 귀챦고,여전이 게을러지고 싶고,여전히 담백한 하루들이 이어지더니만 나지막한 둔덕에서는 안개가 피어오르고,한껏 물기를 머금은 하늘에서는 맞아도 좋을 만큼의 꽃비가 내린다.이렇게 또 한주가 지나고 두주가 지나다 보면 어느세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것이고,벚꽃이 만개하여 꽃사태가 될것이다.세월만큼 솔직한 것이 또어디있을까~게다가 세월은 칼날처럼 냉정하기에 뒤도 돌아 보지 않은체 제갈길을 가고 만다.거기에 발맞추어 환경도 사람도 늘 새롭거나 ,혹은 함께 이어지는 연장이기도 하는데,나는 늘 그래왔던것처럼 낯설어서 지극이 꺼려지지 않는다면 밥먹는 것부터 트고 지내는걸 주저하지 않는다.그러던 어느날!!!그 찬란하고 유구한 나의 “소통”의 역사가 드디어 매주 함께 부비부비 댄스 추듯 서로 엉키어 시작될 운명의 시간이 닥쳐왔다.제1강은 (식공간 연출의 이해)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로 오리엔테이션의 서막을 올렸다.칠판에는 내 이름 석자와 “식공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한문까지 써내려가며 우아한 손놀림과 단아한 목소리로 2시간에 걸쳐 강의를 시작하려 했더니만…단5분만에 이론과 현실은 아주 급격히도 분리돼버렸다.내 기억에는 다만…단기 기억 상실증이 아닌 그저 들숨과 날숨이 빠르게 내코를 관통해 지난길을 다시금 지나는걸 가다듬고 정신차려도 다시 벌렁된 가슴팍이 조여옴과 동시에 에야라디야~~우아고 뭐고 뭐담시 내가 여기 서있을꼬~하는 박진감 있는 불안감만이 나와 동행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그렇지 그러하고 아니하겠는가~~~

“너 어떻게 가르킬건지 들어나 보자”라고 팔짱 안푸는 불굴의 여사님 눈빛과
“한번은 어떤분인가 보고 싶었어요”라는 덕있는 서울 여사님!
보이시한 매력에 노트부터 펼쳐 내말을 받아쓰려는 귀요미 여사님까지…
게다가 0% 섬처녀로 안보이지만 사투리 지대로 나오는 쎄련된 분…
늦게 도착해 수업이 내내 끝날때까지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백여사님!
결코 나와 마주치지 않는 눈빛을 서툴게 나마 사정사정 하며 다음번 수업엔 내눈을 바라봐 달라는 나의 간곡함에도 시크한 반쪽 미소를 날리던…
“남편이 선생님 글 좋아해요”라고 수줍게 미소짓는 종가집 마나님 같은 분…
또한 아내를 위해 요리를 배우겠다는 말쑥한 차림의 젊은 신사분은 술렁술렁하게 하는 신선한 동기 부여를 주고도 남았다.
제대로 된 수업이라면 식공간이란! 말그대로 먹는 공간이란 설명과 거기에 필요한 색체,오감을 자극하는 담음세, 그에 필요한 센터피스,그릇의 쓰임세,각나라의 음식 문화까지…많은 부연 설명을 해야 했지만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깊고도 깊음이 있는 삼천포로 가고 있었다.스스로를 꼬집으며 “안돼 내가 치매 조기증상도 아닌데 삼천포로 빠지면 프로같지 않쟎아”하고 제갈길 가려해도 멀리 돌고 도는 삼천포행을 탄것이다.하지만 나는 2시간을 가슴 따뜻하게 마칠수 있었다.그 눈빛들의 열정과,식지않으려는 작은 몸짓의 진동을 느꼈기 때문이다.하루에도 지치거나 쉬고 싶은 그 시간…그 눈빛들은 무엇때문에 나와 그 시간을 같이 했었을까!!음식과 맞불로 붙어도 뒤지지않을 우리의 식공간의 정서는 그렇게 “음식”이란 제목만으로도 “정”이 만들어질 공간이 될 수 있다란걸 새삼 실감할 뿐이다.비록 내 역설이 깊은 심연의 바다 삼천포로 빠졌다 할지라도…그렇게 우리네는 “음식이 마음을 치료한다”라는 것처럼 두번 다시 볼 일 없는 인연일지 모를 사람과도 밥한번 먹고나면 그것이 진한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소통속에 내가 차려낸 밥상의 식공간은 이렇다할 명분있는 레서피도 없고, 또한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비법 또한 없을 터…. 그저 내 식대로의 손맛으로 한껏 부산을 떨며 함께 부딪히며 그시간 만큼은 오롯이 말갛게 부저질듯한 저분들과 지지고 볶는 정의 식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최고의 최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