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의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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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133 “손맛”의 찬가

어둑하게 깔린 늦은 오후에 집을 나선다.보슬보슬 내리는 비는 흔들리는 불빛과 함께 곧 다가 오는 크리스마스를 한층 들뜨는 역활을 하게 한다.
내가 도착한 지인의 집도 펜트하우스 못지 않은 야경을 볼 수 있기에 모처럼 소담소담 지난 이야기 하면서 적당히 달달한 와인까지 마셔줄 참이다.
게다가 밤새 지인이 절여놓은 배추에다 후다닥 내가 만들어간 김치 양념으로
슥삭슥삭 버무리는 동안 지인의 뚝딱뚝딱 거침없이 만들어 낸 요리는 쫀쫀한 ‘손맛”이 깃든 감칠맛이다.

에쁘고 단아하게 펼쳐진 상차림은 전문가라고 떠드는 내가 무색할 비쥬얼이다.
때론 보여지는 비쥬얼에 치중해 음식의 맛을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랏???맛까지 있는데다
혀끋에 착착 감기는 맛이 보통을 뛰어 넘는 깊고 풍부한 맛이었다.위기다!! 라는 긴장에 따라오는 부작용을 감수하며 폭풍흡입 하기 시작했다.
웃어도 웃는게 아닌 살짝 떨리는 입술을 숨긴체 설렵하는 맛은 확실히 내공이 깃든 탄탄한 손맛이다.

먼저 달큰하게 씹히는 “제육볶음”은 이렇다할 잡내가 없이 알싸하면서도 담백하며 깨끗한 맛이었다.
고추장과 간장, 마늘과 후추 그리고 맨 나중에 블링블링 꿀로 윤기를 더해준 센스까지…또한 갖은 야채를 켜켜히 손에 펼친 다음 제육볶음과 통마늘을 용감하게 떡하니 올린다.
그리고 천천히 입이 터져라 제육쌈의 맛을 혀끝에서부터 느끼기 시작한다.
바로 이거다!! 이런 편한하고 정겨운 풍경들은 사실 체면 치레 밥상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기회다.
다행히 미리 짐작하여 충분히 감싸줄 옷도 발칙하게 갖춰 입은 터라 멈출 수 없는 식탐을 오롯이 보여줬다.

“오메 이게 언니가 진짜 만든거유??”라고 연신 감탄사까지 추임 가락 흐드러지게 해보지만 결코 흐트러짐없이 알랑방구에 흔들리지 않는 지인을 보고 ,나는 한탄한다.
”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곧고 곧은 “대나무”처럼 꼿꼿하실까?”애교가 있는 이들이 드물다.
실로 객관적이고,다반사로 냉정하고,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지인들 뿐이니 이몸 살신성신 불태워 아홉개 꼬리 흔들며 스스로 기쁨조를 할 수 밖에…
그러나 아주 가끔은 들었다 놨다 요물이 될 수 있는 기회도 찾아온다.지인이 “배추 겉절이’를 맛보고 만족스런 표정을 본순간!!
바로 그때가 조좔조좔 전문가라고 떠들고 다니는 나를 만회할 기회인것이다.한껏 흥이 오른체 손수 겉절이를 밥위에 올려주기도 하면서…

겨울하고도 이맘때쯤이면 역시나 겨울나기에 대명사는 ‘김장김치”다.하지만 제 몸 부셔져 떨어져 나온 배추잎들이나,
오늘처럼 버무리고 난 김치들 뒤에 천덕꾸러기처럼 남겨진 김치 양념들은 어디에 쓰기가 에매 모호하다.
그래서 마침 남겨진 배추 반통이 있다기에 흐르는 물에 씻어 툴툴 털고는,싹뚝싹뚝 세로로 불규칙하게 썬다.
물론 진한 젓갈과 풍부하게 넣은 양념맛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만회할 수 있는
이 기회에 재빠르게 사과와 배하나를 얇게 채썰어 더해준다.여러분도 필자보다 더하고 싶다면 생밤을 저며 넣어도 겉절이의 상큼하고 맛있는 식감을 경험 할것이다.
요즈음 음식 트렌드는 “건강한 음식”이다.이에 상승세를 타고 외국인도 ‘김치’를 다 알만큼 유명해졌다.
또한 매운맛에 익숙해진지도 꽤 오래되어서 매운 소스를 찾을만큼 중독되어졌다.
어쩌면 빠르게 전개되는 시나리오같은 시대에 각기 다른 “손맛”때문이 아닐런지…또한 요리를 잘한다
못한다를 떠나서 우리가 마음속에 갖고 있는 “정”을 퍼주고,내주고,베풀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깊고도 순수한 “손맛”이 아니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