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129.두부김치 나르샤~~
아~~가을이다!!하고 나니~어느덧 가을의 끝자락에서 밀린 일기장 써내려 가듯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온 나는 오늘에서야 가을 그림자 한켠을 붙잡아 본다.
발길 툭 던지는 곳곳마다~~눈길 주는 곳곳마다 “나에요! 가을이에요~”하는것 같다.오색 열매 단단이 여물고,
형형색색 단풍으로 염색하고 최고의 순간을 위해 제 빛을 맘껏 발한다.시선 던지는 모든것에 가을을 맘껏 껴안고 늦은 저녁이 될 것을
대비해 두부 2모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곁들여 막걸리도 함께……늦가을의 햇살은 여전이 따사롭지만 Summertime이
시작된 요즈음은 5시면 벌써 어두컴컴해 쌀쌀한 밤이 더~길어진 느낌이다.이럴땐 뜨끈한 두부와 알싸한 김치의 오묘한 맛을 느껴보는게 어떠할지……
사실 두부와 김치의 절묘한 만남을 처음 접한때가 20살의 이맘때쯤 이였다.당시에는 학사주점이 인기였고 주로 막걸리에 파전,도토리묵,두부김치등이 주메뉴였다.
나는 막걸리 파티에서 뜨끈한 두부김치와 시원한 막걸리의 이질적인 조합에서 낳설고 자유로운 20살을 처음으로 느꼈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두부김치는 김치도 아니고 두부도 아닌,전혀 다른 새로운 것이었다.
두부와 김치의 오묘한 만남은 구수한 두부가 혀를 부드럽게 감도는 감촉에 김치의 시큼하고 맵싸하면서
달달한 맛이 뒤섞여 색다른 맛을 창조했었다.그것은 맛의 조화라기보다는 완전이 다른 맛을 가진 두 음식이 만나 새로운 맛을 만든 환상궁합이었다.
나의 20살은 두부와 김치가 만나 이질생성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낯선것들과 합류하며 두려움속에 전혀 다른 이질적인 사람들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받아들였더라면 좋았을것을… 하는 후회도 있었다.후회 해보았자 결국엔 나는 이만큼 나이를 먹었고,고집쎄고 도도했던
20살은 사라지고 배고픔을 못참는 아줌마로 되어 있다. 아줌마답게 시작해볼까? 먼저 팔팔 끓는 물에 두부 한모를 풍덩 던져 내심 기대에 찬 눈빛으로
3분간을 촉촉한 눈으로 바라봐준다. 그리고 3년이나 묵었다는 귀하디 귀한 묵은지는 국물을 꾹 짜서
듬성듬성 썰어 마늘과 대파,고춧가루,깨소금,설탕,등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놓는다.이제는 맛을 낼 차례인가?
먼저 달구어 놓은 프라이팬에 살짝 들기름을 시급이 휘휘 둘러 돼지고기에 고추장과 진간장으로 조물락 조물락 손맛 베게해 갖은 양념된 김치와 함께 둘둘둘 볶아주고,
슴덩슴덩 썰은 뜨끈한 두부에 참깨 솔솔~~ 필살기로 뿌려낸다.마지막으로 김치 볶음을 얹어 체면불구 엄청난 식욕을 드러내는 다중인격의 아줌마가 거기 잇었다.
이제는 풋풋함과 수줍음이 사라진지는 오래전 일인것 같다. 젊은날이 퇴색되어 이렇게 나이가 들기까지 나는 무수이 많은 낯선것들과 대항 했어야 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고집은 다가 오려는 이들에게 벽을 만들게 했었고 ,내가 먼저 서툴게 내밀었던 손이 가끔은 외면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때나 지금이나 늘 새로운 것은 설레임의 시작이었다.마치 두부와 김치의 만남처럼…… 두부와 김치의 만남!!!
그것은 첫 데이트처럼 향기와 예감으로 가득한 맛이었고,마치 남녀가 만나 낮선 존재들끼리 마주쳐서 사랑을 속삭이듯이 상냥함과 색다른 부드러움으로
가득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이래서 사람들은 오묘한 조화라는 애매한 말을 사용하기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두부와 김치가 환상의 궁합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같아서가 아니라 다르고 낯설기 때문일것이다.
서로 다른 두 맛이 만나 색다른 맛을 창조하듯 말이다.각기의 무게를 안고 만나야 할 새로운 인연들에게 시원스레 …아니면 여걸다운??
호탕함으로 사발에 한잔 가득 막걸리까지 내밀 수 있는 당당함을 건네 내일을 향해 멈추지 말자고 제안하며 높이 건배 해보자!!
그들이 받아들이건 …안받아 들이건 …염려하지 말며 …어차피 우리는 늘 새로운 것에 섞이며 자신만의 맛을 만들어 갈테니까…
TIP:양념 하실때 고추가루는 조금만 넣는게 텁텁하지 않아요.
양파는 맨 나중에 넣고 볶아주세요.양파를 너무 일찍 넣어버리면 숨이 죽어
식감이 없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