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조 집밥 서선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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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128.내가 “원조 집밥 서선생”입니다.

한낮의 따스함은 기분좋은 바람과 함께 살갛을 파고들고,가끔씩 일렁이는 낙엽들조차 재촉되어지는 계절에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이렇게 부서지는 햇살이야말로 몸에 좋은 보약이 따로 없다하니 느긋한 발걸음을 옮겨 놓으며 듬뿍 내 몸에 흡수되도록 그늘을 피한 산책을 즐기는 중이다.

이맘때쯤이면 따뜻한 손맛의 집밥이 그리운 이유는 무엇일까?!
구수한 된장찌게라든가,슴덩슴덩 썰어넣은 무우와 청국장의 섞임만으로도 개눈 감추듯 밥 한공기는 뚝딱이다.
또한 적당히 비게도 넣고 뜨끈한 두부보다 신김치 쫑쫑 썰어 넣은 비지찌게 또한 꿀꺽하고 침을 고이게 하는 따뜻한 정감의 밥상들…
그렇게 세월이 지나 또 지나도 어쩔수 없이 품어진 촌티는 못벗는다는게 못내 그립고 그립다.아련이 떠오르는 유년의 기억저편…
처마 밑에는 첫서리가 내리기전 거둬들인 무우청이 켜켜히 엮여져 이어지는 계절의 순환과 변화를 오롯이 견뎌 때로는 햇빛샤워를 …
때로는 후두둑 떨어지는 가을비의 습기마져도 기꺼이 받아들인 일상을 보낸다.
그러다 길고긴 겨울을 시작해 아지랑이 일렁이는 봄의 속삭임이 들릴때까지 온전히 자신을 우리에게 내놓지 않았던가.
어디 무우청뿐이랴~ 백포기가 넘는 김장김치도 겨울 끝자락에 밀려나서 시간의 좌절속에 천덕꾸러기가 되버린 묵은지도 우리의 어머니들은 야무지게 빨아 된장 넣고,
갖은 양념 다해서 포옥~~끊여 내면 여럿이 둘러 앉아 쭉쭉 찢어 하얀 쌀밥에 얹어 먹었던 기억들…
그 옛날의 모든 먹거리들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정성과 손맛이 애뜻하게 녹여낸 정의 먹거리였다.
내 기억속 그 순간의 맛들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집밥인것 같다.유난히 그런 집밥이 그리울 참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동생이 바람처럼 왔다
바람처럼 사라질지라도 시골스런 집밥을 먹고 싶단다. 늘 제시간에 오지 않는 코리안 타임을 나무라며 재차 시간을 지키라 당부하고
하얀 쌀밥 고슬고슬 돌솥밥 지어올리고,집밥하면 계란이 빠질 수 없는지라 뜨거운 팬에 꼬소꼬소 참기름 둘러 난리브루스 냄새로 영역 표시 할때 탁!!!하고
두어서너게 화끈하게 깨트려 모양 잡아주며 불을 약하게 줄여 놓는다.
이때 우리집에 시끄럽게 진입한 동생은 온갖 참견하며 계란후라이가 탄다는둥,
돌솥밥이 탄다는둥 빠른 템포로 신경을 건들기 시작한다.게다가 오늘의 하이라트를 시골된장찌게를 향해 무참히도 김을 쑤~~욱 빼놓는 중이다.
색깔이 왜 검은건지…보기에 맛이 없어 보인다던지…꽃망울이 맺힌 깻잎을 먹어도 되는건지…빨간고추와 잘여문 풋고추는 매우면 어쩌냐면서…나는 깊이 생각했다.
분명 이 아이는 화성에서 왔거나 어디 듣도 보지도 못한 어느 별에서 왔을꺼라고…여하튼 쉼없이 참새처럼 조잘조잘 대던 동생이 이제는 반대로 엄지척!!하며
이런 집밥이 그리웠다며 조금 남은 된장비지 찌게는 댁으로 가지고 가시겠단다.
그래도 까다로운 입맛에 제법 맛이 있었던 모양이다.그참에 어깨 쑥쑥 기고만장 어깨는 내려올줄 모르고 나의 일장연설이 시작된다.

먼저 큼큼한 총각 김치는 탈탈 털어 김치국물까지 씻어낸뒤,콩기름 약간 휘둘러 달달 볶아서는 쌀뜬물에 된장 넉넉히
풀어 거의 두어시간 세월아 네월아 끓여 준다라고…이때 멸치로 뭉근하게 육수물 잡아주면 좀더 시골스런 국물이 된다고…
그리고 보다 더한 이색 하이라이트는 두부를 갈아 비지처럼 뭉글뭉글하게 필~~살리고 살리고…마지막으로 계절을 마감한 깻잎과 빛깔 고운 청량고추와 빨간 고추로
뒤적뒤적 흩뿌려주면 그야말로 진한 시골 국물맛과 폭신하게 된장이 베인 총각 김장무우가 그옛날 나의 살던 고향을 떠올릴거라고…
그리고 힘주어 말한다.사실은 요즘 잘나가는 백종원의 “집밥백선생”보다 훨씬 먼저 앞선 원조 집밥 서선생이 나였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