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1 나는 왜 산티아고로 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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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무욕의 땅. 그 험난하고 장대한 길을 걸으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미처 보지 못했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다시금 생의 이정을 세워보는 길.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로 세상을 모두 품고 처음으로의 나로 되돌아가는 여정으로 천년을 이어온 힐링의 길이며 자족의 순례길이라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간 이 길을 걷기 위해 간단없이 모여들었고 오늘도 그 길 위에는 끝없는 인간 띠를 이어 걷고 있고 또 내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 숱한 사람들을 이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 서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 검색에서 우연히 손끝에 걸려들었을 수도 이 시대에 가장 사랑받는 작가인 노벨 문학상 수상자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연금술사나 순례자란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을 수도 그저 지나치다 눈에 찬 방송매체들의 영상을 보며 꿈을 꾸었을 수도 혹은 그곳을 다녀온 이들의 넘치는 순례기들을 보고 나도 하고 욕심이 일었을 수도 아니면 성직자든 신자든 신앙의 깊이가 이걸로 가늠되어 진다는 체면이 깔렸을 수도.. 아무튼 천년을 넘게 종교적 이유로 걷던 이 길을 30년 전 부터는 일반인들이 특히 우리 한국 사람들이 저리도 열광하며 걷기 위해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나는 무슨 연유로 산티아고로 가려 하는 것일까?

산티아고 순례길로 더 많이 알려진 성 야고보(St. James)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 당시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고난의 길을 걸었던 걸로 모두 알고 있습니다. 9세기 경 ‘별들의 들판’이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 북부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지역에서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되었다고 알려져 유럽 전역에서 많은 순례자들이 걷기 시작했던 길입니다. 러시아, 핀란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각지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 그 지나는 나라들마다에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이들 순례 길 가운데 가장 알려져 있는 것이 ‘프랑스 길’인데 나폴레옹이 정벌을 위해 지난 길이라 나폴레옹 루트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세인들의 사랑을 받아 날씨 좋은 성수기인 봄부터 가을까지는 길이 몸살을 앓도록 쉴 새 없이 밟아 댄답니다. 프랑스 남부국경의 생장 피오트르에서 출발해 천 사백 미터가 더 되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 이베리아 반도를 가로질러 스페인 북부 해안에 가까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이어지는 800km 장도의 루트입니다. 가장 함축된 의미가 있고 가장 드라마틱한 길의 연결로 스치는 중세풍의 마을마다 펼쳐놓는 평화스런 목가적 풍광이 압권인 때문이겠죠. 하루에 25여 킬로미터 이상 씩 한 달을 걸어야 당도할 수 있는 멀고도 먼 길입니다. 9세기 초에 그다지 훼손되지 않은 채 발견된 성 야고보의 시신은 당시 카톨릭을 국교로 숭상하던 모든 유럽국가의 자국민들에게는 하나의 구원의 상징 같은 성스러움이었고 다들 그를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숭상하게 되면서 오늘날 순례길이 생겼답니다. 신앙인이라면 일생 동안 꼭 한번은 걸어보고 싶어 하는 순례의 길인데 요즘은 비록 믿는 이가 아니더라도 진정한 나를 찾는 순례를 하기 위해 걷는 길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단은 걷기로 작정을 하니 어서 하루라도 빨리 날아가서 걷고 싶었습니다. 오뉴월부터 구시월까지 가장 붐비는 적정시기를 비켜서 조금은 스스로에게 형벌 같은 고통을 주며 자신을 꾸짖고 싶은 마음에 가능하다면 겨울 카미노를 걷고 싶었습니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