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남편과 합의 이혼하려고 하는데, 합의서에 동의하면 판사에게 판결 받아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때 제출된 합의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양육비나 배우자 부양비) 법적으로 강제성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좋은 질문입니다.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할 때, 그 서약은 상당히 단순합니다. 서로 사랑하며, 존중하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함께 한다는 그런 내용으로 서약을 하곤 하지요. 하지만, 이혼할 때쯤 되면 결혼 서약은 기억도 안나고, 그 내용은 더 이상 의미가 없지요.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경우엔 그 아쉬움이 더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하는 것을 이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한다면, 더욱 신중하게 결혼을 할 텐데” 하고 생각해봅니다. 이혼할 때가 되면 지나온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고, 경솔했던 결정들이 후회됩니다. 인생을 살아오며 느끼는 희로애락이 사람마다 그 시기는 다를 수 있겠지만, 겪게 되는 과정은 대동소이합니다.
이혼할 때가 되면, 남는 것은 돈 문제 뿐입니다. 싸움도 할 만큼 했고, 미워도 하고 원망도 했으니, 이젠 돈 문제만 정리된다면 더 이상 다시 만날 일도, 말 섞을 일도 없겠지요. 그래서, 돈 문제를 확실히 정리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다면, 이혼을 하고 나서도 또 만나야 하고, 말을 섞어야 하니까요? 그러면 또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있겠지요. 행복한 이혼 생활의 기본은 확실한 합의서입니다. 결혼 서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이혼을 했는데, 이혼 합의서도 망가뜨려선 안되겠지요.
그래서 합의서 내용은 구체적으로, 확실하게 쓸 필요가 있습니다. 돈은 액수를 확실히 정하고, 기한도 명시하고, 아이들 양육과 방문권에 관한 내용도 확실히 기입하고. 부동산이나 사업체가 있다면 그 처분도 세세하게 나타내고, 생명보험, 의료보험도 확실히 다루고. 이렇게 한 뒤, 합의서는 공증인 앞에서 서명하도록 합니다. 부부 사이의 별거합의서는 이렇게 해서 하나의 계약서가 됩니다. 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강제성은 이혼 판결 전이냐 그 후냐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이혼 판결 후라면 거의 절대적인 강제성을 띠지만, 그 전이라면 그 계약의 유효성에 관한 시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혼 확정이 나는 경우, 법원은 부부 합의서가 효력이 있다고 함께 판결을 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확정 전에는 합의서 내용이 무조건적인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두 사람이 아무리 합의를 해도, 아이들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고, 합의 내용 자체가 불법일 수도 있으니까요. 건투를 빕니다.
문의 703-333-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