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컬럼 한미법률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문: 이혼을 생각 중인데, 한 가지 여쭈어 봅니다. 일전에 상대방에게 각서를 써준 적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이혼을 원하는 경우 50만 불을 지불한다는 내용입니다 . 이름과 싸인은 영어로, 그 외 내용은 한글로 썼는데, 이혼을 하게 되면 정말 50만 불을 지불해야 하나요? 저는 이혼을 막기 위해 써 준 각서인데, 이제 와선 제 발목을 잡는 글이 되는군요. 저는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해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재산은 없습니다.
답: 각서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답변드리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부부 사이에도 계약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모든 계약에 있어 전제가 되는 것은 대가성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친구에게 만 불을 주겠다고 하고, 그것을 글로 쓰고, 싸인을 했다고 해도 만약 대가성이 없다면 그 계약은 무효입니다. 단순한 선물을 주겠다는 의사 표시일 뿐입니다. 선물이라면 주기싫으면 안 줘도 되겠지요. 선물을 안 줬다고 법원에 소송을 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대가성이란 그 만 불에 대한 상대방의 어떤 다른 약속이 있었는가를 뜻합니다.
만약에 친구가 나에게 그림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제가 만 불을 내겠다고 약속을 했다면 그것은 대가성이 있는 유효한 계약입니다 . 그 그림이 아무리 하찮고 보잘것없는 그림이라 하여도 , 약속은 유효하며 그림의 가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떠세요, 질문하신 분은 50 만 불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상대방으로부터 무엇인가 받은 것이 있으세요? 대가성이 있는 약속이라면 유효한 계약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앞으로 함께 살 것이라는 약속이라면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 부부니까 당연히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50만 불을 준다고 했다면 그 계약은 무효입니다 . 선물을 주겠다는 약속에 지나지 않습니다 . 여기서 부부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결혼기간 중의 생긴 모든 빚과 재산은 부부가 반반씩 나누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질문하신 분의 빚의 반은 배우자가 책임져야 하며, 배우자 재산의 반은 질문하신 분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역시 50 만 불에 대해서도 반반씩의 책임과 권리가 생기며, 결국은 소위 “ 쌤쌤” 이 됩니다. 줄 것도 없고 받을 것도 없는 상황이 가능하지요.
하지만, 각서 내용이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합의서라면 이야기는 또 다른 반전이 됩니다 . 이혼을 앞두고 재산을 나누는 경우, 그 약속은 유효합니다. 대가는 이혼 그 자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 사이의 각서도 너무 쉽게 생각해선 안됩니다. 건투를 빕니다. 문의 703-333-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