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의 여성 환자 P씨는 최근 몇 달 간 지속된 요통을 주소로 필자를 방문했다.
평소에는 잘 몰랐는데 요즘들어 일을 많이 하고 나니까 통증이 심해져서 쉬면 좋아지겠지 했는데 쉬어도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허리 부분이 아픈듯 싶다가 점차 엉덩이와 대퇴부 후면까지 통증이 뻗어서 내려가는 것이 느껴지고 처음에는 오래 앉아있거나 오래 서 있을 때만 통증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누워있어도 통증이 느껴져서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생기니까 이제는 병원을 한번 가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게 되었다고 한다.
통증이 있다보니까 매사에 짜증도 나고, 걱정도 되었는데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보니 주위 사람들의 대부분의 의견이 디스크로 인한 좌골신경통이라는데 모아졌다고 했다.
P씨가 필자에게 와서도 가장 궁금한 것은 진단명 자체가 아니었고(진단은 이미 좌골신경통으로 확신을 하고 계셨으므로)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는 것인지였다.
이런 종류의 요통 환자를 볼때는 주의깊은 병력청취와 이학적 검진이 매우 중요한데 요통의 원인이 여러가지가 있다보니 오진의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필자는 진찰을 한 결과 환자가 생각하고 있는 좌골신경통이라는 진단과는 ‘지방섬유 결절’이라는 완전히 동떨어진 새로운 진단에 도달하게 되었다.
아마도 자신이 요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요통에 대해서 공부해본 일반인이나 전문적인 의학교육을 받은 의료인, 심지어는 의사조차도 지방섬유 결절이라는 병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 병은 허리에서도 골반골의 하나인 장골의 상부와 천장 관절면을 따라서 지방조직과 섬유조직이 뭉쳐서 단단한 결절을 형성하면서 그 주위를 지나는 말초 신경의 가지를 누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이 결절 자체는 대개 무해하고 아무런 병도 일으키지 않는 양성종양이며 전 인구의 15%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그 결절의 생기는 부위가 하필이면허리 근육 속에서 피부로 나가는 지각을 담당하는 말초신경을 누르면서 통증이 오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인데 간혹 수술적으로 제거하기도 하지만 대개 주사요법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이 병은 어느 정도 자가 검진도 가능한데 마치 유방암 환자가 자신의 유방을 자가 검진해서 암의 시초가 되는 혹을 찾아낼 수 있듯이 요통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허리와 둔부가 만나는 지점에 손을 뻗어서 피하에서 결절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결절이 만져지더라도 요통의 원인은 다른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 통증 재활의학 전문의를 찾아서 진찰을 받아봄으로써 확진과 치료가 가능하다. P씨는 결국 주사로 쉽게 완치가 되게 되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