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영어가 서툰 그는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발음도 정확하지 않아 발음 교정부터 시작하여 열심히 시민권 공부를 한 지 어느덧 두 달, 열심히 애쓴 보람이 있어서인지 이제 시민권 시험은 무난하게 치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이게 제대로 작성된 것인지 한번 봐 주세요.”라며 신청서를 내밀었다. 시민권 신청서를 자세히 살펴보니 신청서 대부분이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혼한 그의 결혼 여부에 ‘현재 배우자가 미국 군인이 아니라고 하였고,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고 기록했는데 난데없는 영주권 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몇 개의 질문엔 아예 답이 없었다. 영어를 이해할 수 있다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그가 거기까지 알아듣고 대답할 수 있는 실력은 아니었다.
그는 어느 변호사에게 큰 액수의 돈을 지급하고 시민권 신청을 했다고 하였다. 그는 심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변호사에게 신청서를 보여 주며 잘못된 곳을 지적하니 변호사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인터넷으로 모두 정정했습니다.”라고 하였지만, 그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이게 정정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 그에게 “시민권 신청서는 인터넷으로 정정할 수 없어요.”라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또 하나, 그의 말을 듣고 나는 그만 망연자실할 말을 잃어버렸다. 변호사는 그가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하여 영주권을 받고 4년 후에 이혼한 사실을 언급하며 “아마 5년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권 인터뷰 때 추방될 수 있습니다.”라며 “그러니 아예 인터뷰를 가지 마세요.”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미 인터뷰 날짜는 다가오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인터뷰를 가지 않는 것도 법을 어기는 것이다. 그리고 법원에 가서 벌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변호사는 알고 있는 것일까? 결혼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달을 살고도 이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부부이다. 그런데 5년을 살지 않았으니 추방될 수 있다는 말을 함부로 내뱉는 변호사가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그에게 신청서에 빠져 있는 부분을 일일이 적어 주고 신청서를 다시 작성해 주었다. 그것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그를 돕고 싶었다.
이민법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이용하여 많은 한인에게 불안을 가져다주는 일이나 말을 하고 특히 ‘추방’이라는 말을 함부로 해서도 안 된다. 이혼했다고 추방된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으며 관공서에서 요청한 인터뷰를 가지 말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단 그것도 변호사라는 인간이, 어떤 여자가 “우리 아들이 며칠 전에 영주권을 받았어요. 그런데 우리 아들이 지금 시민권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변호사가 그러는데 그게 맞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영주권을 취득한 후 4년 9개월이 되어야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녀의 아들은 영주권을 받은 지 3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는 말을 변호사가 했을까.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아들이 시민권 신청하고 인터뷰 갈 때 변호사가 동행해야 합니다.”라며 “그 비용은 $1,000입니다.”라고 하였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마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그 변호사는 할 수 있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녀에게 다시 한번 변호사와 이야기한 후 연락해 달라고 하였다.
아무리 세상이 요지경이라고 해도 변호사는 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법을 가르쳐 주고 그들을 보호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모든 변호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을 찾은 고객에게 불안을 조성하여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은 아니다. 가끔 변호사가 언론을 통하여 쓴 글을 보면 너무 맹랑한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끝에 보면 항상 “그러니 여러분은 시민권 신청하기 전에 꼭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다. 그들은 겁을 주고 사람들은 그런 말을 듣고 그들의 글을 읽고 불안에 떨고 있다.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불안해하는 그들에게 위로의 말과 글을 써 주는 것도 찬미 받을 일이다. 무슨 큰 죄도 짓지 않았건만, 무슨 큰 죄인을 다루는 모습을 보이는 그들, 네가 뭔데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지 각성해야 할 인간은 고객이 아니라 바로 변호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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