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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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이 어떤 동작을 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부러지고 미끄러지면서 변형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일을 전담하는 부분들을 ‘관절’이라 한다. 이 관절이라 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끊임없이 움직여지는 조직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물리적인 손상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가지 장치가 관절 주위에는 준비되어 있다. 물리적인 충격이 직접 가해지는 부분은 두터운 근육이 둘러싸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고, 근육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충격이 가해질 경우에는 연골이나 디스크같은 2차 완충장치가 있으며, 마찰에 의한 손상을 최소화 시키기 위한 윤활유, 적당한 각도 이상으로 구부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지지대(인대)까지 준비되어 있다. 혹여나 이 모든 장치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닳고 상해버린 조직들이 생길 경우엔, 수면 시간동안 우리의 몸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리하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인 장치와 수리과정을 통해, 우리의 몸은 다른 기계들과는 달리 매일 같이 반복되는 사용속에서도 쉽게 망가지거나 기능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관절을 보호해주던 이러한 장치들에 문제가 생기거나, 인체가 스스로 수리하는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충격이 우리 몸에 지속적으로 가해지게 되다면 결국 관절은 망가지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만성화 되면 망가진 관절에 염증이 생겨 통증을 일으키는데 이런 상태를 의학적으로 ‘관절염’이라 정의한다. 이 관절염이 우리에게 ‘불편함’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통증’인데 이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절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라 통증 또한 끊임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염증’이 통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에, 현대의학에서는 ‘염증’을 제거하는 치료에 우선 순위를 두고 치료를 진행한다. 주로 소염제나 스테로이드성 제재들을 일차적으로 처방하거나, 관절의 기계적인 메카니즘에 초점을 맞추어 운동요법이나 수술적 치료로 손상된 구조를 재건하려 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 구조적으로 변형이 생긴 관절염에는 꽤 효과적이지만, 오히려 아직은 구조적인 손상이 일어나지 않은채 기능상의 문제만을 보이는 관절염에 대해서는 치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관절염을 비(痺)증으로 표현한다. 비증의 임상표현 또한 주로 통증이며 통증은 한의학 병리적으로 기혈(氣血)이 잘 통하지 않아서 나타난다고 본다. 통증의 원인을 염증이라는 보이는 현상보다 기혈순환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능의 이상에서 찾은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적 치료는 통증을 제거하기 위해 기혈순환에 초점을 맞춰 일차적인 치료를 진행하고, 동시에 기혈순환에 이상을 일으킨 근본요인을 좀 더 자세히 크게 외부 환경적 요인과 인체 내부적 요인으로 나누어 접근한다.

외부 환경적 요인은 풍(風), 한(寒), 습(濕), 열(熱) 등으로 구분하는데, 이 것들이 각각 독립적 혹은 복합적으로 관절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요인에 의해 관절, 근육등의 기혈 순환 장애가 초래되고 피가 탁해져 붓거나 열감, 통증이 나타나며, 심하면 관절 움직임의 장애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풍(風)이 원인이라면 관절부위에 통증이 옮겨다니는 유주성 통증이 나타나고, 한(寒)이 원인이라면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습(濕)이 원인이 되면 지체관절이 시리고 쑤시면서 아프고 환부가 완만하게 부으며, 열(熱)이 원인이되면 관절이 붉게 붓고 열감과 함께 입이 마르며 맥이 뜨고 빠른 증상을 나타낸다.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각각의 증상에 따라 원인을 유추하여 열을 내리거나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몸에서 풍과 습한 기운을 제거해주는 처방을 가감해 사용한다.

내부 적 요인은 간(肝)과 신(腎)에서 주로 그 원인을 찾는다. 근(筋)은 간(肝)에 속하며 간은 혈액을 생성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간의 혈액을 조절하는 기능이 원활해야만 어혈(瘀血)이 안 생긴다. 또한 신(腎)은 골(骨)을 주관하며 인체의 정(精)기를 조절한다고 보는데 이 정(精)은 정미로운 진액으로서 골수에 영양을 공급하고 골격을 자윤(滋潤)하는 기능을 한다. 이처럼 간과 신장(腎臟)은 그 근원을 같이하고 우리 몸의 아랫부분에서 체내의 음기(陰氣)를 다스리는데, 이러한 음기는 관절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이 되며 관절을 부드럽게 하는 윤활 작용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이것이 부족해도 관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만성기의 허증은 관절에 동통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관절부위의 피부가 청색 혹은 자색을 나타내고 시리고 냉감이 있는 경우가 많다. 손마디가 구부러지고 결절이 여기저기서 만져지며 머리가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고 몸을 움직이기가 곤란한 증상을 나타내는데 이때에는 기혈(氣血)과 간신(肝腎)의 기능을 보(補)하고 자양(滋養)하는 효능이 있는 처방을 가감해서 활용한다. 특히 만성적인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경우, 외부 요인 보다는 이러한 내부적인 허증에 그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아 침과 함께 한약처방을 병행해 주면 효과가 뛰어나다.

이처럼 한의학적 처방들은 환자의 체질적 특성에 맞추어 투여하게 되므로 현대의학적으로는 똑같은 관절염 환자라 할지라도 각각의 치료법과 처방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는 동병이치(同病異治)라 하는 한의학만의 주요 특징인데, 한의학적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한의사의 전문적 진단을 따르는 것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