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서의 한의학 (3) – 한의학 치료법은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한가?

shutterstock_173985155-326x245
\한의학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진 오해 중의 하나로 ‘한의학적 치료체계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어 있지 않다’라는 생각을 들 수 있다.
그래서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 모든 치료체계와 효능을 전부 무시하거나,
혹은 실질적인 효능까지는 경험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인정을 한다 하면서도, 그 이면에 깔린 치료 원리 자체는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며 부정을 한다.
심지어 한의학의 치료 원리 까지도 인정한다고 하는 이들조차 한의학의 ‘과학성’은 의심을 한다.
그러다 보니 한의원에 내원하면서도 병의 완치에 대한 기대는 접은 채 증상의 완화만을 바라다가,
병이 깨끗이 낫게되면 오히려 매우 놀라는 웃지 못할 상황도 종종 보게 된다.
아직까지는 한의학의 치료원리를 과학적으로 그럴 듯 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한의학이 ‘비과학’적 이어서가 아니라,
현재의 과학기술이 한의학의 원리를 해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발전하지를 못하였기 때문이다.
분명히 지금까지 현대 과학이 이룬 성취는 매우 뛰어나지만, 아직도 그 이론체계는 완전하지 못하며 기술의 발달은 이미 증명되고 충분히 설명되어진
‘과학 이론’을 따라잡기도 벅찬 수준이다.
이는 인류가 그 원리는 전혀 모른 채로 ‘전기에너지’를 수천년 동안 금도금 기술, 축전지 기술 등에 사용해 오다
최근에 와서야(1800년대) 그 원리를 이해하게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의학은 비과학적이어서 과학적인 설명이 불가능 한 것이 아니라,
현대과학이 아직 한의학의 원리를 이해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지 않은 것이다.
반면, 현대의학은 현대과학이 발달하는 만큼만 발달할 수 있기에 현대의학의 치료 원리는 모두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점점 침이나 한약같은 전통적인 한방 치료법의 기전이 ‘과학적인 용어’로 재해석 되어지는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침의 진통 작용 메카니즘만 해도 이미 두가지 경로가 밝혀져 있는데,
첫번째는 침의 자극이 인체가 만드는 마약성 펩티드, 즉 엔돌핀류의 분비를 촉진해 진통효과를 낸다는 메카니즘으로 1976년 캐나다 연구진이 밝혀냈다.
이는 침 자극이 두뇌와 몸 전체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증명하며,
최근에 밝혀진 새로운 메카니즘은 침의 자극을 받은 세포의 표면에서 아데노신이라는 신호분자가 만들어져 AIR이라는 수용체와 반응해
진통효과를 낸다는 것으로 침이 국지적으로 몸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에 대한 규명이다.
또 침을 놓은 자리, 즉 경혈과 경락의 실체에 대한 연구도 다각도로 진행되는 중인데,
북한 김봉한 박사의 ‘봉한학설’에서 시작해 서울대 소광섭 교수의 ‘프리모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연구는,
경락의 해부학적 실체를 찾기 위한 시도로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물을 조금씩 세상에 내놓고 있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해부학적 접근보다는 경혈의 물리학적인 특이점을 통해 그 실체를 규명하려는 시도 또한 몇가지 가시적인 결과를 내고 있는데,
거의 모든 경혈 자리에는 감각 신경 뉴런이 풍부하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나,
대부분의 경혈 자리들이 전기전도도가 낮은 것 같은 특이한 물리적 특성이 있음을 밝혀낸 것이 그렇다.
이것은 한의학에서 경혈, 경락이라 부르는 기의 통로들이 모호한 개념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과학으로는 규명하지 못하는 특이한 기능과 생리학적 특징을 지닌 채 실질적인 해부학적 구조물로서 존재할 것 이라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한의학만의 독특한 관점이었던 마음과 몸의 긴밀한 연관성을 강조한 심신일체론과 이를 이용한 치료법,
또 수많은 관련 한의학 이론들이 지금에서는 과학적으로 그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금 현대의학계에서는 스트레스,
즉 정신적인 자극이 몸에 신체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곧 정설이 되어 있으며 특정한 정신자극과 신체기능과의 연관성들을 밝히는 연구들이 곳곳에서 진행중에 있다.
불과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의사가 우울증이나 불안증 같은 정신적인 질병은 오장육부의 신체적인 불균형에서 시작된다며
때문에 침이나 한약같은 신체에 직접 작용하는 치료법을 통해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주장하면,
현대의학계에서는 이를 정신적인 질병과 신체적인 질병을 구분할 줄 모르는 샤머니즘적인 사고방식이라며 비판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의학에서도 정신적인 질환의 근원을 많은 부분 호르몬 불균형같은 신체적인 이상에서 찾으며,
정신질환의 치료의 시작을 투약치료로 하는 것이 정신질환 치료접근번의 기본 프로토콜로 삼고 있다.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이라 취급하던 한의학의 여러 이론들이 사실은,
당시의 현대의학보다 더 질병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서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