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 (丁酉年)을 보내며

어느덧 정유년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그동안 우리 예진회 봉사센터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주신 한인 여러분에게 지면으로나마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사람은 늘 후회하며 사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저물어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아도 역시 후회뿐인데, 어찌 한 해를 되돌아보며 후회할 일이 없겠는가? 아침에 일어나 주님 고상 앞에 앉아 ‘오늘 하루도 주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라고 하지만, 저녁이 되면 다시 또 하루를 후회로 마무리하는 나를 본다. “주님 오늘 저는 또다시 후회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라며 ‘내 탓이오.라고 말하지만, 내일도 이 시간이면 나는 또다시 같은 말을 되뇔 것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과의 인연, 그 인연 속에는 기쁨과 행복, 그리고 슬픔과 고통도 있었지만, 그러나 기쁨보다는 아프고 슬픈 일이 더 많았던 한 해였다. 그리고 내 마음에 커다란 실망과 상처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져 간 사람들도 있었다.

 

 

“사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라는 말로 하소연하는 그들의 사연을 들으며 가슴 미어지는 아픔을 안아야 했고, 어린 자식도 나 몰라라 하고 다른 여자에게 가버린 남편을 원망하며 어린 자식을 데리고 결국 한국으로 떠난 여인의 눈물을 보아야 했다.
“방세 낼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갈 곳이 없는데 도와주십시오.”라는 노인의 말을 귓전으로 들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순간들, “자식이 있지만, 아이들도 살기 바빠 어쩔 수 없이 노숙자로 지내고 있는데 그래도 다행히 영주권이 있으니 노인 아파트라도 신청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하는 기막히고 답답한 노인의 인생살이 사연이 가슴에 남는다.
“이혼했어요. 남편은 다른 여자의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있는데 자신 자식의 양육비마저 주지 않아 너무 괘씸하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라는 여인에게 쌀과 라면을 건넸을 때 그녀의 눈에 잠깐 비친 눈물 한줄기? 아직 젊디젊은 아들을 저 세상으로 보낸 어머니가 내 손에 돈을 쥐여주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안 주셔도 됩니다.”라고 했을 때, “아니에요. 그래야 앞으로 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찾아올 수 있잖아요.”라며 꼬깃꼬깃한 돈을 기어이 내 손안에 넣어준다.

 

 

가버린 사람은 말이 없는데 남아있는 그들의 가슴 속엔 한없는 원망과 가슴 저미는 아픔이 남아있었다.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고,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게 우리의 인생살이가 아니었든가 싶다. 돌이켜 보면 모두 다 후회스러운 일이 더 많은 우리의 삶,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그들의 슬픈 사연을 가슴에 안으며 “주님, 고맙습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저를 주님의 도구로 써 주심에 감사합니다.”라는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은 은총이었다.
그러나 가끔 받아야 하는 고난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알게 모르게 들려오는 조롱과 비아냥거림,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이유 없는 험담과 모함을 들을 때마다. 나는 주님께 기도드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주님, 그래도 그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들은 지금 그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릅니다.”라며 한 줄의 묵주기도를 바치며 용서를 구한다. 고난이 없으면 행복을 맛볼 수 없다. 그래서 그 고난을 가슴 깊이 새기며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그 순간도 나에겐 더없이 큰 은총임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행복으로 가는 길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올해도 그랬듯이 내년에도 나는 그들을 위해 작은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것은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귀중한 소명임을 알기에 아주 기쁜 마음으로 그들을 끌어안을 것이다. 그리고 “희망을 품으십시오. 오늘은 높은 언덕길을 올라가지만, 언젠가는 얕은 내리막길이 당신을 기다릴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그들을 품어 안을 것이다.

 

 

 

*** 그동안 저희 예진회 봉사센터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과 부족한 글 읽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2018년 무술년 새해에도 여러분의 가정과 하시는 모든 일에 주님의 은총이 풍성하시기를 기도하며 저희는 더욱더 열심히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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