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전, 갑자기 세금문제로 여권 갱신이 거부된다면

급한 전화라며 받아보니, 한 달 후에 한국행을 앞두고 있는 부부였다. 아내분이 국무부에 여권 갱신 신청을 내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거부 편지를 받은 것이다. 신청자는 여권 갱신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이는 밀린 세금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세금 문제 따위로 국민의 기본권 중의 하나인 여행의 권리를 제한하다니. 자유로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하지만 세금 체납으로 여행을 제한할 수 있는 현행법이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므로 억울하지만 말이 된다. 미국인으로서 여권을 발급받거나 갱신하려면 체납된 세금액이 2019년 기준으로 $52,000이하여야 한다는 법이다. 그 이상이면 IRS가 국무부에 리스트를 통보하게 되고, 이미 국무부로 통보된 경우 여권 관계 신청서가 거부된다. 그러나 급히 여권이 필요한 경우에는 ‘긴급서비스’ 옵션도 있다.


고객의 다급한 전화를 받은 날짜는 8월 12일이었고, 부부는 이미 9월 19일에 출국하는 비행기표를 사 둔 상태였다. 국세청 (IRS)에 밀려있는 개인소득세는 부부 합산으로 십만불 정도 되었고, 두 사람 모두 W-2 직원이라 분기예납세를 내지 않아도 되며 2018년도 및 모든 세금보고가 다 되어있는 상태였다. IRS가 그간 보내온 청구서와 온라인 Transcript를 바탕으로 총 체납액을 확인하고, IRS가 요구하는 회계양식 Form 433를 최대한 빨리 꾸미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 고객들에게는 몇 주를 걸쳐 애걸해야 하는 은행잔고내역서와 각종 유틸리티 및 보험 청구서가 신기하게 이틀만에 다 확보되었고, 초스피드로 분석 작업에 돌입해 5일 째가 되는 8월 17일에는 회계양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8월 23일에는 고객이 종합적으로 준비된 문서를 검토하고 서명하였고 그 날 우리는 바로 IRS ACS 라인으로 전화를 걸어 약식 분할납부계획을 제안했다. 6년 내로 갚는 제안을 포함한 Form 433-D과 함께 국무부에서 온 편지, 30일 내로 출발한다는 정보가 적힌 비행기스케쥴표 등을 팩스로 제출했다. 납부계획을 셋업하고 며칠을 기다려 8월 26일날 고객이 National Passport Information Center (NPIC)로 전화했지만 국무부에서는 아직 IRS로부터 아무런 업뎃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8월 30일. 드디어 NPIC에서 고객에게 직접 전화로 갱신된 여권을 곧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우리가 IRS에 전화를 걸어 분할납부를 셋업한 지 딱 일주일 만이었다.

9월 초에 간신히 우편으로 여권을 받아든 고객은 벅찬 감정으로 전화를 주셨고, 그 후론 주욱 행복하게 사셨을 거라는 동화적인 감상에 젖어본다. 한국에 다녀오면서 의미있는 선물을 꼭 사오리라 하셨는데.
어쨌든 여권 발급이 거부됨으로 인해 때로는 극심한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연방법원이나 세금법원에 소송을 걸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전에 반드시 IRS의 행정적인 항소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여야 하므로 단기적인 구제책은 아니다. 또 한가지는 이미 명단이 국무부에 통보된 후에는 체납액을 $52,000 이하로 낮추더라도 여권이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IRS에서 CP508C라는 편지로 국무부 통보 계획을 알릴 때 재빨리 대처해야 체납자 명단에서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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