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기 시작한 이유보다 중요한, 안 낫는 이유

당신이 처음 이 병에 걸리게 된 것은 당신 탓이 아닐 수 있지만, 아직도 이 병이 당신의 몸에 머무르고 있는 데에는 당신의 책임이 큽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이 병을 일으킨 첫 원인에만 온 신경과 노력을 집중한 탓에 당신의 병이 지금까지 낫질 않고 있던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병을 고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병의 일으킨 원인에 대한 치료가 아니라 이 병이 계속해서 당신 몸에 머무르게 하는 원인이 되는 지금의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당신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질병이 계속해서 내 몸을 떠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질병이 처음 시작된 원인과는 다르다
한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처음에는 대부분 당황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본인의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는 위의 설명이, 오랜 기간 투병을 해 본 이들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주 명료하고 단순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은, 병을 내 몸에 처음 일으킨 힘과, 병을 지금까지 내 몸에 붙잡아두고 있는 힘은 서로 다른 것이었다는 깨달음이다.

세상에 대체 누가 아프고 싶어 아파할까
세상에 다치고 싶은 마음으로 일부러 위험한 운동만 찾아서 하는 이가 대체 어디 있겠는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 확실한 관계임을 알면서도, 굳이 스트레스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싫은 사람과의 관계를 맺기 시작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처럼 질병의 처음은 그 원인이 내부의 불균형에서 시작하였든, 외부에서 가해진 충격에서 시작하였든 거의 대부분 ‘본인이 의지’나 ‘의식’과는 상관없이 시작하는 법이다. 하지만 그렇게 본인이 원치 않게 시작된 질병이라 해도, 처음 발병 후 몇 주,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도 그 괴로운 증상들이 사라지질 않고 내 몸 안에 계속해서 머물러 있다면, 그 병은 이미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던 ‘사고의 영역’을 떠나 본인이 해야만 했던 일을 하지 않은 ‘무책임의 결과’라는 영역에 속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장거리 운전을 하고 나서 시작된 통증이 만약 몇 주 이상 지속된다면, 그 시점에서 허리 통증이 지속되는 원인은 이미 ‘장거리 운전’이 아니라 장거리 운전 이후에 계속해서 좋지 않았던 ‘옆으로 누워 잠자는 자세’나 ‘비스듬히 기대어 앉는 자세’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플 때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낫지 않을 때 병원을 찾는다
사람들은 보통 ‘처음 아프기 시작할 때’ 병원을 찾기 보다는 ‘일정 시간이 지나도 아픔이 낫질 않고 계속해서 지속될 때’ 병원을 찾기 시작하는데, 이는 병원에서 치료에 집중해야 할 부분이 ‘병을 일으킨 원인’이 아니라 ‘병을 지속시키는 원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을 일으킨 원인을 고쳐 병을 치료하는 현대의학
누군가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를 다쳤다면, 일반적으로 현대의학은 충격이 가해진 허리를 보호하고, 허리에 가해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를 하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충격이 어디까지 가해졌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구분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한의학, 특히 한국의 사상의학에서는 이런 ‘병’ 그 자체와 관련된 진단의 중요성이 크게 줄어든다. 이는, 이미 허리의 근육이 망가져 버린 시점에서 치료의 주체는 이미 ‘몸의 회복력’으로 넘어간다고 보고, 회복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치료의 중점이 된다고 보는 사상의학만의 독특한 관점에 기인한다.

내 몸의 회복력을 고쳐 병을 치료하는 사상의학
그러니 사상 체질 의학에서는, 허리에 부상을 당한 환자가 왔을 때 허리를 고치기 보다는 그 사람이 부상 이전부터 이미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불균형 (체질적 불균형)을 개선하고, 이 체질적 불균형을 악화시키던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치료를 통해 몸의 회복력을 극대화 해 허리의 통증을 개선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법은 현대의학이나 중의학 대비, 오랫동안 낫질 않고 고생하던 만성병들에 특히 좋은 치료 효율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