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er in Compromise Vs. Currently Not Collectible, 전화위복의 기회

휠체어의 버튼을 쉴새없이 눌러 의자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편한 포지션을 찾는가 하면, 가끔씩 “흠!”하는 큰 소리로 목청을 가다듬어 나를 놀라게 했던 85세의 노신사는 왕년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콘도 개발자였다고 했다. 옆에 앉아있는 오십대의 곱게 늙은 딸은 말투며 행동이 그야말로 미국 부자집에서 편안하게 인생을 살았던 티가 났다. 드나드는 유명인사와 파티도 많았고 여행과 좋은 교육으로 다져져 대외 매너가 뛰어났다.

 

 

사오십대에 크게 사업을 벌리던 아버지는 부동산에 모든 돈을 투자했고, 그 후 사업이 기울자 하나 둘 팔아치우다 은퇴 후에는 부인과 살 집만 두고 모두 정리해서 빚을 갚았다. 몇 년 전 부인이 세상을 뜨고 그의 건강도 급격히 악화됐고, 살던 집마저 foreclosure로 처분하고 노인아파트에서 홈케어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나 집을 처분하며 탕감받은 모기지 부채가 소득으로 잡혀 IRS에서 십오만불의 세금 고지서를 받게 된 것이다. 제대로 답변을 받지 못한 IRS에서는 이전에 밀린 세금과 합쳐 콜렉션에 들어갔고 급기야는 그의 유일한 수입원이던 소셜시큐리티연금까지 차압하기에 이르렀다. 버지니아 세금청에서도 은행 차압에 들어갔다.

 

 

마침 콜로라도에서 방문한 딸이 구글로 검색해서 아버지를 모셔오며 그간 뜯지않은 고지서 봉투들을 모아왔으나 긴 고무줄로도 한 번에 묶이지 않았다. 그러나 심드렁한 노신사는 자기는 나이도 많고 병도 있으니 미납세금을 깎는 데는 Offer in Compromise만한 것이 없다면서 이를 신청하면 금방 접수, 승인될 것이라고 했다. 왕년에 수많은 변호사들과 회계사들을 고용해서 일을 진행시켜 본 경험이 있는 터라 오늘도 딱 요청하는 것만 접수해 달라는 식으로 별다른 고뇌라든지 전문고견 같은 것은 크게 필요없을 것이라고 연신 목청을 가다듬었다.
준비해 온 문서를 찬찬히 살펴보니 흔히 보는 소셜시큐리티연금의 15% 차압이 아니라 자그마치 75%가 매달 차압되고 있었다. 이건 분명 IRS Revenue Officer가 지정 되어 직접 차압 퍼센티지를 입력했다는 뜻이다. 위임장 쓰고 팩스 보내고 며칠간 기다리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급했다. 이번 달 차압일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고객을 옆에 두고 바로 IRS Revenue Officer에게 전화를 걸어 고객이 구두 (oral)로 위임하게 한 후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IRS 직원은 납세자와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아 소셜시큐리티 차압을 75%로 높혀 걸었다고 설명했지만, 지난 달에 이미 자기 손을 떠난 케이스라 지금은 손을 쓸 수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메인 IRS Collection 부서로 회계서류를 꾸며 요청하는 수 밖에 없었다.
시계를 보니 IRS와 통화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려 버지니아 세금청이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급히 버지니아 전문가 핫라인으로 전화를 돌렸다. 다행히 자주 일해오던 직원이 받아서 짧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일단 분할납부를 셋업해서 매달 최소한의 금액만 나가도록 하여, 은행 차압을 바로 그 자리에서 풀 수 있었다.

 

 

한숨 돌리고 나서, 다시 IRS 세금 고지서를 보니, 부채탕감으로 생긴 소득은 조정이 가능할 것 같았다. 세금액을 IRS에서 부르는 대로 인정한 뒤 Offer in Compromise로 깎으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 애초에 세금액 자체를 납세자가 Insolvency (지불 불능) 상태임을 검증하여 없애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상담실 밖의 직원에게 필요한 양식을 출력해오라고 하여, 그의 현재 상황에 더 적합한 솔루션은 Offer in Compromise 보다 Currently Not Collectible (징수불가상태)라고 설명했다. Offer를 해서 깎인 세금을 내는 것보다, 지불상황이 안되고 소득에 변화가 없을 땐 세금을 합법적으로 미루는 것도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 시간도 훨씬 넘게 한 고객에게 집중하며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 언성을 높히는 동안 완전 지쳐버렸다. 올려다 보니 노신사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 있는 딸도 비슷한 선망의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휠체어와 목청 가다듬는 소리도 더이상 내지 않고 나갈 때도 연신 웃으며 직원들에게 농담을 건네는 노신사. 나쁘지 않은 결과와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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