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작 : 내게도 탕감의 기회가 있을까?
우리의 삶은 수많은 선택과 판단으로 이루어집니다. 어제도 한 의뢰인에게서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IRS 탕감 프로그램, 12월 말까지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단 15분 정도만 시간을 내시면 됩니다.”라는 제목의 스팸 메일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의뢰인께서는 아직 세금 빚이 없는 분이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뭘 모르고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문의를 하셨습니다. 이 단순한 이메일 속에서 저는 한인 동포 납세자들의 마음이 매 한가지임을 깨닫습니다.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기회에 대한 막연한 기대, 그리고 복잡한 미국 세금 체계 속에서 ‘나만 모르는 비밀이 있을까’ 하는 불안감. 미국에서 세금 전문 변호사로 일하며 제가 매일 마주하는 고객들의 감정들입니다.
달콤한 유혹: ‘Fresh Start’ 뒤에 숨은 함정
미디어나 라디오에서 흔히 접하는 ‘Fresh Start Program’ 이라고 일컫는 ‘Offer in Compromise (OIC)’는 분명 IRS가 제공하는 합법적인 채무 조정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 달콤한 이름을 악용하여 한인 동포 사회까지 노리는 사기성 업체들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들은 ‘Tax Lien (세금 유치권)’과 같은 공공 기록을 주시합니다. 그리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진짜 IRS의 통지서와 비슷하게 꾸민 문서를 발송합니다. “세금을 탕감해 줄 수 있으니 우리 회사로 연락하라”는 약속은, 절박한 납세자들에게는 지푸라기 같은 희망이 됩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합니다. 저희 로펌을 찾아오는 다수의 고객들 중 이미 이런 회사들과 수개월간 계약을 체결하고 비용을 지불했지만 그 회사들은 수수료만 받아갈 뿐, IRS에 제대로 된 OIC 제안서 하나 제출하지 못했고, 벌금과 이자만 늘어난 채 답답한 마음으로 결국 다시 전문가를 찾게 됩니다. 소중한 수임료를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재차 비용을 들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중의 피해를 겪는 것입니다.
신중함이 필요한 순간: IRS에 직접 전화하기 전에
사기성 문자가 아닌, 진짜 IRS 통지서를 받고 세금 체납 사실을 확인했을 때, ‘바로 전화해서 해결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잠시 멈추고 심호흡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IRS 징수(Collections) 부서 직원에게 직접 전화하는 행위는 다음과 같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IRS 직원은 납세자에게 현재의 재정 상태에 대한 질문을 쏟아낼 것입니다. 거래 은행, 직장, 주소, 전화번호 등 각종 개인 정보가 확인 및 업데이트됩니다. 또한 수 일 내에 일정한 액션(특정 문서 제출 등)이 요구되며, 명확한 마감일(Deadline)이 정해집니다. 이 마감일을 무시하거나 요구한 재정 양식, 증빙 자료 제출 및 설명 작업이 없을 경우, 원하지 않는 징수 조치(Lien, Levy 등)가 곧바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세금 문제 해결은 순서와 준비가 핵심입니다. 따라서 IRS에 직접 연락하기 전, 세금 전문가에게 위임하여 다음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현명합니다. 먼저 받은 통지서의 순서를 확인하여 현재 징수 조치의 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합니다. 트랜스스크립트(Transcript)를 분석하여 징수권 시효(Collection Statute Expiration Date) 등 일반인이 알 수 없는 중요한 정보를 미리 검토합니다. 필요하다면 재정 자료를 완벽하게 준비한 후, 통제된 상황에서만 IRS에 연락하여 해결 방법을 제안하시기 바랍니다.
세금 문제는 법률과 절차의 영역입니다. 달콤한 ‘탕감’을 무조건 약속하는 회사는 경계해야 합니다. 대신 단단한 법적 근거와 투명한 절차를 통해 국세청에 자료를 제출하고 꾸준한 팔로업을 통해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15분 내에 혹은 금방 결과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세금 문제로 불안에 떨 때,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안내입니다. 사기꾼들은 조장된 ‘불안’을 미끼로 고객을 불러들입니다. 달콤한 결과보다는 믿을 수 있는 전문가를 검색하셔서 합법적 절차를 믿고 따라가시기 바랍니다.
Sammy Kim 변호사는 워싱턴 D.C. 와 버지니아주에서 활동하는 세금 전문 변호사입니다. 개인,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기업들이 IRS 나 주정부와의 세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6 년부터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주간 세금 이야기를 꾸준히 연재하며, 복잡하고 어려운 세금 문제를 쉽게 풀어주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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