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S의 갑질에 우아하게 대응하는 을의 공략 (1)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의뢰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가명과 세부적 사항을 변경했음을 알려드립니다.

 

IRS 관련 세무사건을 다루다 보면 울화가 치밀 때가 많습니다. 이미 자금으로 압박받는 납세자들이 어렵게 낸 세금을 IRS에서는 납세자 우선이 아니라 정부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이죠. 한 달이 멀다하고 날라오는 수많은 통지서 속에는 단 한 번 뿐인 항소기회가 맨 뒷장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있기도 하고, 피치못한 사정으로 감사 일정을 옮기려 해도 납세자가 남긴 음성메시지에 빨리 답해주는 IRS 담당직원이란 가물에 콩나듯 하니까요.

 

“우리 어머니 교회 친구분 아들이신데 골치 아픈 세금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너한테 연락하시라고 했어. 무슨 얘긴지 한번 들어봐 줄래? 곧 연락올거야.”

 

어느 날 연락이 뜸하던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의 소개로 간단한 전화상담 후 사무실로 온 한민석씨 (가명, 45세). 미국회사에서 프로젝트 매니저일을 하며 세 명의 아이들은 초중고에 나란히 다니고 있고 부인은 로컬 대학내 한 사무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부인은 W-2로 세금을 떼고 급여를 받고 있으나, 한 씨는 1099-MISC을 받고 있는 상황. 아이들이 태어나고 직장을 여러 번 옮기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2012년도 이후 세금보고는 물론 납부도 하지않고 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IRS에서 별다른 통보도 없어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직장을 통해 급여를 차압한다는 IRS 고지서를 전해받았습니다. 창피한 동시에 가슴이 철렁했던 한 씨.

 

생활비가 빠듯한 사람의 계산은 치밀하고 정확합니다.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조금이라도 아귀가 어긋나면 대책이 없습니다. 지난해 이사한 타운하우스 모기지부터 아이들 세명 레슨비를 생각하며 급히 IRS에 전화를 했답니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연결된 직원을 통해 총 미납액이 벌금과 이자를 합쳐 9만불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한꺼번에 낼 능력이 없다고 하자 2주 이내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여러가지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밤새 인터넷을 뒤진 후 날이 밝자 몇 군데 전화 상담을 한 뒤 제일 신속하게 임금차압을 풀어주고 세액조정제안 (Offer in Compromise) 신청을 처리해 주겠다는 사무실에 수임료를 내고 일을 맡겼으나 몇 달이 지나도 임금 차압은 계속됐고 속시원한 설명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기다리라고만 하던 플로리다주 소재의 그 사무실과도 급기야 연락이 두절. 한숨만 쉬고 있던 한 씨는 신용카드로 생활을 하면서 이미 신청한 세액조정제안이 수용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세액조정제안 (offer in compromise)을 신청하셨다면 밀린 세금보고도 다 하셨겠네요. 복사본 가져다 주실 수 있을까요?”
“어… 그 사무실에서 세금보고 다 해야 신청해준다는 얘기는 없었는데요?”
“네?! 그럼 임금 차압되기 전에 분명히 IRS 통지서가 시리즈로 날아왔을텐데요. 마지막엔 우체국 Certified Mail로 온 통지서도 있었을 텐데 못 받으셨어요?”
“직장에서 차압 통보받기 전까진 전혀 연락을 못 받았어요.”

 

‘못 받았다’라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분들 중에도 다시 찾아보라고 하면 열어보지도 않은 IRS 봉투를 팔에 한아름 안고 들어오거나, 받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는 경우, 혹은 받아서 확인하고 바로 휴지통으로 골인시킨 경우도 있었지만, 왠지 한 씨의 말에선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그가 전혀 차압 가능성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했었다는 점이 못내 찜찜했던 저는 그의 최신 IRS transcript을 뽑아 한 줄 한 줄 내역 줄자를 대어가며 조회를 해보았습니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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