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면 세금의무도 끝날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은퇴를 앞두었거나 자녀가 독립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역이민’을 고민하는 한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민권을 포기하고 타국으로 이주하면 미국과의 세금 관계도 함께 끝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시민권을 포기하는 이민법상 절차와, 그동안 쌓인 세금·해외자산 신고의무를 정리하는 세법상 절차는 전혀 별개입니다.

최근 미 법무부가 기소한 사건 하나가 이 오해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줍니다. 미국 텍사스주에 거주하던 한 헤지펀드 운용자의 사건입니다. 그는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며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있었습니다. 2020년부터 2022년 3월까지 600만 달러가 넘는 소득을 올렸지만, 이 소득을 미국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해외 은행계좌에 있는 수백만 달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2021년 11월 영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이어 2022년 3월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시민권을 포기하면서 작성한 문서에 그는 순자산을 2만5천 달러로 적어냈습니다. 검찰이 파악한 실제 순자산은 200만 달러가 넘었고, 이 사건은 고의적 허위 신고로 기소되기에 이릅니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시민권을 포기한다고 과거의 신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오해가 생길까요. 세금 문제가 여권과 국적만 정리하면 끝나는 이민 절차처럼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법은 다릅니다. 영주권이나 시민권 포기 전 최근 5년의 세금 신고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미납 세금은 없는지, 해외자산 신고를 빠짐없이 했는지를 Form 8854로 별도 확인합니다. 이 확인을 통과하지 못하면 출국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확인 대상은 은행 예금계좌만이 아닙니다. 해외 저축계좌, 증권·주식계좌, 투자계좌, 외국 회사 지분, 그리고 여기서 발생한 이자·배당·매매소득, 암호화폐 등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암호화폐는 어떤 거래소를 썼는지, 어떤 방식으로 보유했는지에 따라 추가 검토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납세자로 간주되는 기간 동안 해외에 계좌가 있다면, 신고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FBAR는 계좌의 연간 최고 잔액을 매년 신고합니다. Form 8938은 세금신고서 안에 해외 금융자산을 적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신고입니다. 계좌는 신고했는데, 그 계좌에서 나온 이자나 투자소득을 정작 세금신고서에서 빠뜨렸다면, 그것도 소득 누락으로 수정신고서 제출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문제를 조용히 수정신고서만 내서 해결하려 하면 오히려 벌금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상황에 맞는 자진신고제도를 활용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신고가 빠져 있었다면, 시민권을 포기한 뒤에도 세금, 이자, 벌금, 정보신고 의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시민권 포기 시점에 자산가액을 실제와 다르게 신고한다고 해서 이전 문제가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허위 신고와 고의성에 관한 위험만 더 커집니다. 시민권 포기는 과거의 기록을 지우는 절차가 아닙니다. 국적 이동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포기에 앞서 최근 5년의 신고 이력과 해외자산과 미신고 내역, Form 8854와 출국세 가능성을 먼저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세법 전문가와 함께라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Sammy Kim 변호사는 워싱턴 D.C. 와 버지니아주에서 활동하는 세금 전문 변호사입니다. 개인,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기업들이 IRS 나 주정부와의 세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6 년부터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주간 세금 이야기를 꾸준히 연재하며, 복잡하고 어려운 세금 문제를 쉽게 풀어주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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