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전화가 옵니다. “죄송하지만 냉동 보관하던 난자(혹은 배아)가 손상되었습니다.” 이 한 마디로 몇 년 동안 준비해온 임신 계획이 무너지는 분들이 계십니다. 난자 채취나 IVF 과정을 겪어보신 분이라면, 호르몬 주사, 채취 시술의 통증, 일상생활의 제약 등 모든 과정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이렇게 이식일을 앞두고 냉동고가 고장나 배아가 못쓰게 되어버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소송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난자나 배아 냉동 보관 탱크 고장이나 의료 과실로 인한 소송이 부쩍 늘었습니다. 병원, 난임센터, 심지어 냉동 장비 제조사를 상대로 한 소송과 합의금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합의금을 받고 나면 새로운 고민이 시작됩니다. “이 합의금도 소득신고를 하고 세금을 내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직 IRS(미연방국세청)가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변호사 입장에서도 케이스마다 신중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영역입니다. 세법의 기본 원칙은 이렇습니다. 신체적 부상(physical injury)이나 신체적 질병(physical sickness)에 대한 손해배상금은 일반적으로 비과세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신체적 부상과 관련되지 않은 정서적 고통(emotional distress)에 대한 배상금은 원칙적으로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 판례를 보면, 한 여성이 난자를 기증하고 받은 돈을 “고통스러운 채취 시술에 대한 신체적 부상 배상금”이라며 비과세로 신고했지만, 조세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시술 과정에 고통이 따르지만, 그 돈은 의료사고 배상금이 아니라 본인이 동의한 난자 기증 절차에 따른 대가라고 본 것입니다. 반면 난임센터가 기증된 난자의 유전 검사를 누락해 아이가 심각한 유전 질환을 안고 태어난 경우, IRS가 아이에게 지급된 배상금을 비과세 신체적 부상 배상금으로 인정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냉동 보관 실패로 인한 배상금은 어느 쪽일까요? 배아가 자궁 안에 있는 상태에서 임신이 중단된 경우라면 신체적 부상으로 보기가 비교적 수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냉동 보관 중인 난자나 배아가 손상된 경우는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 IRS가 이를 “재산의 손실”로 볼 수도 있고, 신체적 고통을 동반한 의료 과실로 볼 수도 있으며, 정서적 고통에 대한 보상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합의서(settlement agreement)의 문구입니다. 합의서에 “본 합의금은 원고의 신체적 부상 및 신체적 질병에 대한 배상금이다”라는 취지가 명시되어 있으면, 비과세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신체적 부상에 대한 배상금으로 제대로 분류된다면 1099 양식 발행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문구가 IRS를 100% 구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무조사에서 합의금의 성격을 설명할 때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 돈은 무엇을 대신해서 지급된 것인가?” 신체적 부상에 대한 보상인지, 정서적 고통에 대한 보상인지, 재산 손실에 대한 보상인지에 따라 세금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송 진행 중이시거나 합의를 앞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청구 원인(claim), 합의서 문구와 1099 발행 여부를 점검해보시고,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세무 전문가와도 함께 검토해보시길 권합니다.
Sammy Kim 변호사는 워싱턴 D.C. 와 버지니아주에서 활동하는 세금 전문 변호사입니다. 개인,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기업들이 IRS 나 주정부와의 세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6 년부터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주간 세금 이야기를 꾸준히 연재하며, 복잡하고 어려운 세금 문제를 쉽게 풀어주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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