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공동 체납세, 이혼 후 해결 방법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말끔한 미국 남자가 마스크를 끼고 살짝 긴장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꽤 오랜 기간을 모은 듯한 국세청 편지 더미들이 굵은 고무줄로 묶여있고 두 손을 깍지 끼고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날씨와 교통 체증 얘기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 남자는 여러 번 리허설을 해 본 듯 세금 문제의 발단과 배경설명을 빠르게 시간 순서대로 늘어놓는다. 이 남자의 인생도 굴곡이 많았구나 싶었다.
그 사람의 이야기 속에는 거듭된 이혼과 재혼 사이에서 태어나 뿔뿔히 흩어져 자라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 아이들을 위해 들어가는 생활비와 교육비, 전 배우자 부양비가 있었다. 사업 실패와 암 선고과 수술, 부모님의 사망이 있었다. 이혼한 배우자 중 누가 합법적으로 자녀를 부양가족으로 넣어 세금 크레딧을 받을 것인지로 싸우는 기간이 있었다. 그러는 중에 결혼생활 당시 공동보고했던 세금빚이 어느덧 이십 만 불까지 늘어나버렸다. 이혼 후 미납세를 해결하려면, 현재 세금보고서에 반영된 부양가족수가 중요해진다. 한 달 필수생활경비를 계산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연방국세청 (IRS)은 각 배우자를 상대로 따로 세금 징수 활동을 시작했다. 부부가 공동으로 세금보고서는 제출했으나 세금을 내지 않은 경우, 그 세금빚은 “Joint and Several liability”로 분류된다. 각 배우자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지만 각자가 따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개념이다. 즉 정부가 세금액을 두 번 징수할 수는 없지만, 한 배우자로부터 100% 세금액을 징수할 수도 있고, 혹은 두 배우자를 합쳐서 100%을 징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무실을 찾은 이 고객은 차라리 본인이 분할납부를 셋업하여 부부공동 체납세를 해결하고 전 부인의 새 출발을 돕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분할납부 요청 과정에서 현재 본인의 소득 정보를 전 부인에게 알리지 않기를 원했다. 또한 최근에 만나 동거를 시작한 여자와 그녀의 재산을 어떻게 하면 국세청 징수활동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지, 각자의 수입과 지출및 은행 입출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남자의 설명에 따르면, 전 부인은 아직도 세금빚에 대해 자기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가계소득의 전부가 남편의 사업 소득이었으므로 세금도 남편 책임이 아니냐며 이혼서류에도 남편이 책임지는 것으로 합의하지 않았냐고 항의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말은 틀렸다. 부부가 합산된 소득으로 가정 생활을 영위하고, 공동세금 보고에 따른 합당한 크레딧을 누렸으므로 일을 한 사람이 누구냐에 상관없이 세금을 낼 책임은 두 배우자에게 모두 부과된다. 따로 세금보고를 했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말이다. 또한 이혼관련법은 주 (state) 레벨이고 미국세청 (IRS)는 연방법을 따르므로, 상위법을 따르는 미국세청이 배우자들 사이의 합의서를 따라 징수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부부공동책임인 연방미납세에 대해서는 각 배우자들에게 따로 징수 활동을 할 수 있다. 이혼 후 한 배우자가 세금을 탕감받았다 해도 그 배우자에 대해서만 해당되고, 나머지 배우자를 상대로 한 국세청의 징수활동은 여전히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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