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소송 끝에 양측이 합의를 했고, 그 합의문을 쓰고 있던 변호사가 연락을 해왔다. 합의문의 한 조항을 두고 세금 문제에 대한 양 측의 해석이 달라서였다. 합의금을 받는 원고측은 비과세를 원할 것이고 배상금을 주는 피고측은 무조건 1099 양식을 날려서 비용 공제를 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민사 소송의 합의금이 과세인지 비과세인지는 소송이 시작된 쟁점의 성격을 먼저 살펴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비과세 합의금은 신체적 부상 및 질병에 대한 상해 배상금이다. 불량 전자제품을 사용하다 입은 부상, 교통사고로 인한 신체적 상해에 대한 합의금, 업무수행 중 상해를 입어 받은 직장상해 보험금 등은 비과세 대상이다. 그 해석은 합의금이나 배상금이 수령인에게 경제적인 이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망가진 신체를 회복(Recovery) 하기 위한 금액으로 보는 데서 온다.
앞서 언급했던 소송 변호사의 질문은 신체적 부상 같은 깔끔한 케이스가 아니었다. 밀리언 달러가 넘는 주택을 구입한 고객이 모기지를 빌려준 은행과 모기지 에이전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었다. 문제는 은행 모기지 에이전트가 자신의 지인인 건축업자를 집 주인에게 강력 추천하여 공사를 맡긴 데서 생겼다. 이 건축업자는 정말 실력이 형편 없었는지, 리모델링을 한답시고 집 안팎 곳곳에 각종 데미지를 만들어 놓아서, 공사 후의 주택 가치가 공사 전 가치보다 20 만 불 이상 낮아지는 금전적 피해를 입혔다. 다른 건축업자를 통해 망가진 곳을 복구하는 데만 20 만 불을 넘게 쓴 집 주인이 결국은 건축업자, 모기지 에이전트, 은행을 상대로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합의금을 받아내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수 십만 불의 합의금 이 과세 대상이라면 세금만 따져도 어마어마하므로 과세 영역은 원고와 원고 변호사의 초미의 관심사일 수 밖에 없었다.
이 분들을 도와드린 결론만 얘기하자면, 주택에 손상을 입힌 피고가 이를 복구하는 댓가로 주는 합의금은, 그 금액이 주택의 구입가격 (adjusted cost basis) 보다 낮을 경우, 비과세로 취급될 수 있다. 조세법원의 판례들을 보면 신체 상해 배상금의 개념과 비슷한 해석을 하고 있다. 즉 합의금을 원고에게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망가진 자본자산 (capital assets)을 복구 (Recovery) 하기 위한 금액으로 본다는 뜻이다. 단, 집 주인은 수령한 합의금 만큼 주택의 원가 (cost basis)를 낮춰야 한다. 나중에 집을 팔 때 양도 소득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세를 지연시킬 수 있으며 소득세보다 과세율이 낮은 양도소득세율 (Long term capital gain)로 해결이 가능하다. 만약 합의금이 주택 원가보다 많을 경우, 초가 차액은 과세 소득으로 보고해야 한다. 이러한 사항을 담은 조항을 미리 세금변호사의 조언 대로 합의문 (settlement agreement)에 꼼꼼히 넣어둔 이들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연방국세청 감사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한 셈이다.
보통 배상금이 비과세인 경우에는 양쪽이 미리 협의하여 1099 양식을 하나만 원고 변호사 로펌으로 발행한다. 로펌 트러스트 계좌로 배상금 수표가 지급되고, 변호사 비용을 뺀 다음 나머지가 원고에게 돌아가게 된다. 비과세 합의금인 경우 원고는 이를 소득세 신고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 단 비과세로 취급할 수 있다는 근거에 대한 문서 정리를 확실히 해 둬야 할 것이다. 만약 배상금이 과세 대상일 경우에는 비용을 빼고 받은 나머지 금액이 아니라 1099 양식에 적시된 배상금 100% 에 대한 소득세를 계산해서 내야 한다. 변호사도 수임료 수입이 있었으니 당연히 소득세를 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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