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한 기운은 우리 몸을 오히려 망가뜨릴 수가 있다
우리의 몸을 움직이기 위한 기운을 기(氣)라 하고, 이 기운을 몸의 구석 구석으로 운반해주는 그릇을 혈(血)이라 한다. 그리고 이 기운은 기본 적으로 ‘열’의 형태를 띠고 우리 몸의 구석 구석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데, 이러한 뜨거운 기(氣)운이 경우에 따라 너무 과해지고 적체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럴 때 우리 몸은 다양한 열증을 나타낸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몸에서 필요 이상의 열이 발생하게 되는 상태를 ‘병적인 상태’로 보는데, 이러한 상태의 원인이 정신적인 작용에서 비롯되면 ‘화병’이라 하고, 몸 안의 생리적인 과정에서 비롯될 때는 ‘열병’, 혹은 몸 밖의 환경에서 비롯될 때는 ‘서(暑)체: 더위를 먹었다’ 라고 표현한다. 겉으로 나타나는 질병의 증상보다는, 몸을 처음 아프게 만들었던 병의 근원을 더 중요하게 살펴보는 한의학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표현들이다.
필요 이상의 열기가 내 몸 안에 적체되고 쌓이게 되면…
특히 최근처럼 무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우리 몸 안에 열은 쉽게 적체되는데, 이 상태에 이르면 식은 땀, 두통, 어지러움 증과 함께 속이 꼭 체한 것처럼 불편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무더위로 인해 생기는 증상이 꼭 체한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더위를 먹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설명한다. 여기에 열이 점점 더 적체되어 쌓여가게 되면 결국에는 의식이 몽롱해지면서 설사와 구토의 증상까지 동반하는 중증의 상태를 나타내는데, 한의학에서 이러한 중증의 상태를 주하병(注夏病), 상서(傷暑), 중서(中暑)등의 다른 이름을 써서 별개로 분류하기도 한다.
뜨거워진 우리 몸은 폐의 찬 기운을 이용해 조절되야 정상이지만…
달리는 자동차의 뜨거워진 엔진의 온도를 냉각수와 라디에이터가 조절하듯, 우리 몸에서는 폐와 신장이 같은 일을 한다. 폐의 차가운 기운이 체온이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여 진정시키고, 신장이 소변과 대변을 통해 나머지를 인체 밖으로 배출하여 인체의 엔진인 심장과 위장의 과열을 막아 주는 것이다.
문제는 더운 여름의 열기(뜨거운 햇볕에의 장기간 노출과도 같은)로 인해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거나, 과로나 성생활의 과도같은 요인으로 몸 안의 진액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경우처럼 우리 몸에서 빠져나가는 진액과 보충되어지는 진액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가 힘들 때가 있다는 것이다.
더위를 먹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는 이렇게 엔진이 과열되었을 때 자동차 냉각수라면 바로 즉각적인 보충이 가능하지만, 이미 소진된 폐음과 진액은 단순히 물을 마신다고 즉각적으로 보충이 되지 않고, 겨우 진액을 보충하여도 몸을 진정시키기까지 또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폐음은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이전에 소모되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도 일단 더위를 먹은 상태가 되면, 심열을 식히고 폐음을 보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는 일단 우리 몸이 더위를 먹으면 그 병의 진행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는 경우가 많아, 특히나 더위 먹음에는 유난히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
일단 누군가 더위를 먹고 쓰러지게 되면, 서둘러 옷을 풀고 눕힌 후 부족한 체액을 공급하여 심부열을 낮춰주는 방법, 서늘한 곳에서 물이나 이온음료 등을 마시게 하고 다리를 충분히 높여주어 하지의 혈류정체를 소통시키면서 뇌의 혈류순환상태를 개선시키는 방법, 옷을 벗기고 시원한 물수건으로 끈기 있게 열기를 훔쳐내는 방법 등의 조치가 우선이다.
다만 환자의 기초체력이 너무 약하거나 나이가 너무 많거나 어린 경우는, 이러한 조취만으로는 충분한 치료와 회복이 쉽지 않아, 때로는 해열제나 수액, 호은 거습소도(祛濕消導)시키는 한약처방과 침치료를 병행해야만 할 때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