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고 의학이 많이 발전하면서 각종 척추 수술 기법도 많이 발달했다. 하지만 허리가 좋지 않은 환자를 위한 수술요법의 적응증은 거의 변하지 않았는데 즉, 요통 환자 중에 어떤 사람이 수술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학계의 의견은 수술 기법의 발달과 상관없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같은 내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어떤 사람이 허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가?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허리 수술이 필요한 사람은 (종양이나 세균 감염, 외상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디스크나 관절염에 관련한 요통이라고 한다면) 점차적인 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사람이다.
필자의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추간판의 급작스런 파열로 ‘마미 증후군’이 발생했던 K씨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K씨는 갑자기 다리가 마비되어 걷지도 못했고, 소변을 조절하는 기능도 일시적인 상실이 있었기 때문에 만약 방치하고 있었으면 영구적인 장애가 남았을지도 모른데 다행히 시기 적절한 수술로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성이고 퇴행성 추간판 질환이나 척추 관절 질환에서는 이렇게 극적으로 상태가 악화되는 응급상황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드물다고 없는 것은 아니고 필자도 이런 환자를 드물지 않게 만나기 때문에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어쨌거나 완치는 둘째치고라도 수술이 필요한 사람이 늦게 수술을 받음으로서 손해를 보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점차적인 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수술을 받아서는 안될까? 그렇진 않다. 보통의 대부분의 신경 손상의 증거가 없는 환자들도 허리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들은 대개 요통이든 다리로 방사되는 통증이든, 상당히 심한 통증을 가지고 고생을 하고 있고 수술을 받으면 통증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척추 수술을 받게 된다. 의학계에서도 신경학적 합병증이 없더라도 비수술적인 치료도 도저히 치료의 효과가 없는 만성 요통 환자라면 수술을 받는 것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2001년 척추 질환을 다루는 권위있는 학술지 Spine에 닥터 Fritzell등은 수술로 요통을 치료한 경우와 수술하지 않고 비수술적 요법으로 요통을 치료한 결과를 비교한 논문을 실었다. 이 논문은 쉽게 말하자면 수술을 받은 환자들과 수술을 받지 않은 환자들을 두 군으로 나누어 2년의 치료 후에 누가 더 잘 지내고 있는가를 조사한 것이었는데 수술을 받은 환자 들에게 물으니 평균적으로 33% 정도의 통증이 감소되었다고 답했고 수술을 받지 않은 사람은 단 7%정도의 통증이 회복되었다고 답했다. 사실 통증이 얼마나 감소되었는가 물었을 때 정확히 대답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지만 통계적으로 이 정도의 결과가 나오면 수술이 그래도 훨씬나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언뜻 생각하기에 요통 환자는 수술을 받는 것이 받지 않는 것보다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결과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반대로 수술을 함부로 받지 말아야 할 논리적인 이유도 도출할 수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다음 기회에 논의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