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의 여성인 B씨는 출산 후 지속되는 요통을 주소로 필자를 방문하였다. B씨는 한국에서 민간에 많이 회자되는 출산 후 요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그런 경우인 것 같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출산 후 몸조리를 잘해야지 요통이 없지, 만약에 몸조리를 못하면 만성 요통이 생긴다고들 믿고 있고, 만약 요통이 생긴 경우 다시 한번 임신을 해서 애를 낳고 몸조리를 잘하면 나을 수도 있다고들 한다고 했다.
혹자는 민간의 속설에 큰 중요성을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필자는 이런 속설에 중요한 관찰이 숨어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몸은 전체적으로 아이를 키우고 분만을 준비하기 위한 몸의 재 조정이 이루어진다. 생각해보면 수유를 준비하기 위해 유선이 발달하여 가슴이 커지고, 태아를 키우기 위한 자궁이 커진다는 등 연부조직의 변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와 더불어 몸 안의 뼈나 관절도 큰 변화를 겪는데 그 중의 한 곳이 바로 골반골과 천골이다. 골반골은 우리의 엉덩이의 양쪽에 위치하여 자궁과 난소, 방광 등 장기를 보호하고 있는데 위에서 보면 C자 모양으로 생겨서 내부 장기를 보호하기에 적합하게 되었있다.
그런데 이 골반골을 허리 직하부에서 척추를 받히면서 연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꼬리뼈, 혹은 천골이다. 그리고 출산을 위해서 이 천골과 골반골을 연결하고 있는 관절이 이완되게 되는데 출산 직후 다시 관절이 견고해진다. 그런데 출산 중 혹은 직후에 이 천골과 골반을 연결하는 관절(천장 관절이라고 한다.)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허리의 통증, 더 정확하게는 허리와 엉덩이를 연결하는 부분의 통증이 생기면서 좀처럼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 민간의 속설에서 한번 더 분만과정을 겪고 몸조리를 잘하면 요통이 나아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렇게 틀어진 천장관절이 다시 이완되었다가 다시 제 자리로 잘 붙으면 통증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B씨의 경우도 역시 출산 후 생긴 천장관절염이 의심되었다. 그럼 B씨는 요통을 치료하기 위해서 다시 임신과 출산을 겪어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그게 환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B씨는 경우는 더 이상 출산의 계획도 없었고 통증도 심했기 때문에 간단히 천장관절에 주사 요법을 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필요에 따라 물리치료나 약물치료가 주사요법에 병행되기도 하는데 출산후 요통은 이렇게 간단히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 어쨌거나 민간의 속설에 의학적 진리가 숨어 있다는 것은 우리 조상들의 관찰력이 꽤 좋았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