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반의 중년 여성이 다리가 시리고 저리다는 이유로 필자를 찾아왔다. 특이하게도 환자의 증상은 활동 중이거나 움직일 때는 아무렇지 않은 듯 불편한 점이 없었으나, 가만히 있거나 잠자리에 눕기만 하면 두 다리가 저리기 시작하며 동시에 시린 느낌이 생겨난다고 하였다. 두다리의 이상감각은 특히 밤에 심해져서 잠을 설치기 일쑤며, 계속해서 다리를 뻗거나 움직여야만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에 잠들기에도 매우 힘들다고 한다.
환자는 직장 생활을 하는 직장인으로 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여, 주간에 매우 졸리고 일에 집중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업무의 능률이 자동적으로 떨어져 직장 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 받고 있었다. 일 외에도 한자리에 오랜 시간 앉아 있어야 되거나 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장거리 이동시에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가 매우 괴롭다고 한다. 필자를 찾아온 당시 환자는 밤에는 수면 부족, 낮에는 일상활동에 심각한 지장으로,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지고 매우 우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하였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면서 필자가 새삼 느끼는 사실은 다리나 손에 이상한 감각이 느껴져서 수면에 방해를 받는 분들이 의외로 매우 많다는 점이다.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피부 아래로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다리가 자꾸 시리고 저리다” 라고 호소를 하시는 분들이 매우 많다. 흔히 “하지 불안 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이라는 진단명으로 알려진 이와 같은 증상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약간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과도한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문제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 아닌 바로 신경계의 문제, 즉 뇌의 문제이다.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이 질환은 매우 흔하여, 통계적으로 인구 10명이나 20명 당 한 명꼴로 하지 불안 증후군을 경험한다고 한다.
연구에 의하면 빈혈이 있거나 신장질환, 당뇨병, 또는 파킨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하지불안 증후군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보통 하지불안 증후군의 증상이 발생한 후 약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진단을 받게 된다고 한다. 즉 평균적으로 환자의 20 또는 30대에 증상이 발생하여, 50대 이후에 하지 불안 증후군으로 진단된다는 셈이니,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진단받기 이전에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또한 불행하게도 환자의 3분의 2 이상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져 병자체가 진행된다고 한다. 더 나아가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50대 이후 하지불안증후군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인지기능(cognitive dysfunction)의 장애, 즉 치매(dementia)가 초래될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고 한다. 다리가 시린다는 증상이 다만 생활에 불편함을 끼치는 정도의 가볍게 무시할 만한 증상은 아닌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