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세의 목사님 사모님께서 필자의 진료실을 찾았다. 교회 주방에서 봉사를 매주 하시는데 얼마전에 행사가 있으셔서 설겆이를 너무 많이 했는지 손목이 아프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자기는 처음에는 그냥 무리해서 그러려니 하고 참고 있었지만 점점 통증이 심해져서 팔을 제대로 쓸 수도 없게 되었다. 이젠 집에서 가벼운 일만 하려고 해도 통증이 심해지니 관절염이라도 생겼나 하고 걱정이 되셨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주위의 분들 중 어떤 분이 이것은 손목 터널 증후군인데 정말 낫지 않는 병이라고 겁을 잔뜩 주셨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그 걱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필자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일단 손목이 아프면서 엄지와 검지가 저리고 아픈 증상이 있어서 언뜻 보면 손목 터널 증후군의 증상과 꽤 유사하기는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엄지손가락쪽의 손목 부분이 압통이 있고 장무지 굴근이라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의 힘줄을 땡겼을 때 통증이 매우 심해지는 양상이 있었고 이는 손목 터널 증후군이 아닌 드쿼배인 증후군이라는 병이었다.
이름조차도 생소한 드쿼배인 증후군은 손목 엄지 방향의 힘줄이 잦은 사용이나 부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데 균이 들어가서 곪거나 하는 염증은 아니고 과사용으로 인한 미세 파열이 주된 원인이다. 물론 쉬면 증상이 다소 개선되지만 일단 생긴 염증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 경우도 꽤 있어서 결국은 약물치료나 주사치료를 요하기도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물리치료가 도움이 되지만 일단은 고통이 심하기 때문에 물리치료적인 운동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기도 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오늘의 요점은 사실 이 드쿼배인 증후군과 손목 터널 증후군이 뭐가 다른가 하는 것인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언뜻 보면 비슷하기도 하다. 하지만 자각 증상적으로 보면 전자의 경우 손이나 손가락 보다는 손목이 더 아프고, 후자는 이름은 손목 터널 증후군이지만 손목보다는 손가락이 더 아프고 저리므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위에서 말했듯이 힘줄의 염증이고 후자는 손목 터널부분에서 손가락으로 가는 신경이 눌리는 병이므로 발병 기전도 다르다. 둘 다 물리치료와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되긴 하지만 주사치료의 경우 전자는 경우는 힘줄에 주사를 놔야 하고, 후자는 손목 터널에 주사를 해야 한다.
어쨌거나 위의 사모님의 경우 주사로 무사히 좋아져서 쉬시라는 닥터의 오더를 무시하고(?) 열심히 교회에서 봉사하고 계신다고 한다.
손목이 아픈 질환은 종류가 이 두가지가 다는 아니지만 이 두 질환은 아주 흔하므로 가장 먼저 생각해볼만 하다. 그리고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정확한 치료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료를 가급적 빨리 받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