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봉사!

누군가 내 손을 꼭 움켜잡는다. 돌아보니 처음 뵙는 어느 할머니였다. “네, 어르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자 “항상 좋은 일 많이 해 줘서 고마워요.”라고 하신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가끔 사람들이 다가와 그런 인사를 건넬 땐, 뭐라고 해야 하나. 쑥스럽고 당황스럽다. 아무도 모르게 이웃을 위해 더 많은 고된 삶을 사는 사람에게 수많은 사람이 자선을 베푼다. 그들의 수고를 내가 어떻게 다 따라갈 수 있을까, 어느 식당에 가니 어느 남자가 불쑥 “봉사 같은 거 하세요?”라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묻는 분은 봉사하시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옛날에 많이 했어요. 오랫동안 했는데 어느 날 신문 기자가 저에 대해 기사를 썼어요. 그래서 기분 나빠서 그 뒤론 봉사하지 않아요.”라고 하였다. 그리고 “봉사는 숨어서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봉사하는 게 아니에요.”라며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주위에 있는 손님들이 그를 쳐다보았다. (아마, 나도 쳐다보았을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식사한 뒤 그곳을 나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가 궁금하였다. 하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의 생각과 방법이 모두 다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가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금 모금을 한다. 그러면, 그 글을 읽고 그 사람을 도와주라며 기금을 보내온다. 기금을 받은 우리는 그 돈을 어려운 사람에게 건네야 한다. 그렇기에 성금 전달에 대해 기사로 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런 기사를 보고 그가 그런 말을 한 것 같긴 한데, 그것도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큰 소리로 떠들며 “숨어서 봉사해야지 누군가에게 알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 같다.

 

성경에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라고 적혀있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어쩌지 못하고 기사화해야 한다. 내 것을 주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숨어서 하겠지만, 남의 것을 받아 전달해야 하는 우리는 그것을 알려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어려운 사람, 병들어 고통 중에 있는 사람, 굶는 사람, 갈 곳 없는 사람을 수없이 만난다. 그 중, 가장 고통 중에 있는 사람은 갈 곳이 없거나 또는 집세가 밀려 한순간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집세가 한두 푼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있기에 우리는 거기까지 마음을 써 줄 수 없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될 일이고, 간호받아야 할 사람은 간병사를 두면 될 것이라고, 그런데 누가 그걸 모르나! 자신의 고된 삶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그 궁핍한 생활을 이해하기보단, 비난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언젠가 누군가 찾아오더니 “어디를 가야 하는데 차에 기름을 넣을 돈이 없어요. $20만 주세요.”라고 하였다. 나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러면 안 가시면 되겠네요. 저희는 드릴 돈이 없습니다.”라고 하자 “아니? $20도 없어요?”라고 하였다. “솔직히 말해서 $20은 있어요. 하지만, 돈은 있지만, 그런 도움은 줄 수 없으니 그만 가시지요.”라고 하자 “너무 뻑뻑하시네요. 봉사하는 분이 도움을 줄 수 없다니”라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보였다.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겐 $20이 아니라 $200도 줄 수 있는 일이지만, 무턱대고 돈을 내놓으라는 말 자체가 내 마음을 역하게 한다. “할 수 없지요. 뭐,”라고 중얼거리며 사무실을 나가는 그의 모습에선 자신의 행위를 부끄럽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 우리가 원망스럽다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우리 한인 이민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있을 뿐인데 그들은 이제 대 놓고 돈을 달라고 한다. 나는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재력이 넘쳐나는 사람도 아니오. 자선 사업가도 아니다. 라면 한 상자라도 우리는 나누어 주고 싶은 작은 선행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추울 때, 라면 하나 끓여 먹으면 아주 좋아요.”라며 별것도 아닌 라면 한 상자 받아 들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것에 행복을 느낄 뿐이다.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어 감사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 좋지 않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랴!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이 노릇을!.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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