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세 여성환자가 손발이 저리다는 이유로 필자를 찾아왔다. 문진을 통해 필자가 파악한 사실은 환자가 말하는 “저리다”는 표현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증상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로 환자가 말하는 저리다는 증상은 흔히 피가 통하지 않을 때 마비되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을 말하는 것이었고, 다른 증상으로는 손발에 전기가 순간 통하는 것 같은 느낌, 발바닥이 불난 것 같이 화닥거리는 뜨거운 이상 감각이었다.
환자는 50대 초반 부터 손발이 저리기 시작하였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저리는 증상은 점차 심해졌다고 하였다. 환자의 증상은 특히 한쪽 손끝과 발끝에서 동시에 시작하여 최근 들어서는 저리는 감각과 동시에 콕콕 찌르는 통증도 나타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환자는 고혈압, 고지혈증 및 당뇨를 오랜기간 앓아 왔으며 과거 뇌졸중의 병력도 함께 있었다.
본 여성 환자의 경우 일반에게 ‘중풍’ 또는 ‘뇌졸중’으로 알려져 있는 뇌혈관 질환을 의심할 수 있었다. 중풍하면 흔히들 반신불수, 반신마비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매우 흔히 손발저림 증상을 초래할 수 있는 신경계 질환 중의 하나이다. 쉽게 말하자면 뇌혈관 즉 뇌조직 또는 뇌 신경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동맥 또는 더 작은 소동맥이 어떤 이유에서든지 갑자기 막히거나 터짐으로써, 일정시간 동안 뇌세포나 뇌조직에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지 못하여 신경세포가 죽게되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경우를 뇌경색, 뇌혈관이 터져 생기는 경우를 뇌출혈이라 부른다. 하지만 어떤 위치의 뇌조직이 손상되느냐에 따라 매우 다양한 증상들이 발생될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중의 하나가 뇌의 감각을 담당하는 영역이 침범될 경우 생기는 이상 감각 증상이다.
흔히들 손발이 저리다는 증상은 어떤 이유에선지 몰라도 대부분 “혈액 순환”이 안되서 그런다고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느 의학적 사실과 매우 다르다. 손발을 포함 사지가 저리는 증상의 대부분은 신경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버거씨병이나 레이노드병와 같은 소수의 특이한 혈관계의 질환을 제외하고는 손발이 저린 증상의 90%이상은 신경계의 이상으로 발생된다고 말하여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필자를 찾아온 이 여성 환자의 경우 한쪽 뇌의 시상이라는 부위에 뇌졸중이 와있었음을 알 수 있었으며, 즉각적인 신경내과적 치료를 통하여 증상의 효과적인 조절이 가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