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살자

 

가끔 뜬금없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물론 그들은 어떠한 대답을 듣기 위해 이곳저곳 문의할 경우도 있겠지만, 글쎄, 누구도 대답해 줄 수 없는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리는 어떻게 질문자가 궁금해하는 대답을 다 해 줄 수 있을까?
“은퇴 연금은 최고 얼마까지 받을 수 있습니까?”라는 어느 남자의 질문을 받았다. “어떤 은퇴 연금을 말씀하시는지요?”라고 묻자 “소셜 은퇴 연금은 최고 얼마까지 받는지 궁금해서요.”라고 하였다. “제가 알기로는 최고 금액은 약 $3,500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하자 “더는 받을 수 없습니까?”라고 하였다. “아니요. 아마 그 금액 이상은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하자 “그럼 앞으로 30년 정도 세금 보고를 하면 그 정도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건가요?”라고 하였다. “아닙니다. 은퇴 연금은 몇 년 동안 낸 세금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은퇴 연금을 얼마를 냈느냐에 따라 계산됩니다.”라고 하자 “그럼 한 달에 얼마를 내야 그 정도의 은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건가요?”라고 하였다.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했지만, 그의 질문은 계속되었고 하는 수 없이 “저는 잘 모르겠으니 그럼 회계사에게 알아보세요.”라는 말로 통화를 끝냈다.

 

은퇴 연금! 노후를 생각하여 미리 은퇴 연금을 계획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굳이 많은 은퇴 연금을 받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내고 바쁘게 일하며 허겁지겁 살기보다, 좀 적게 내더라도 오늘 하루를 더 값지게 사는 것이 더 나은 일은 아닐까? 50세가 넘었다는 그는 앞으로 30년 동안 일해서 최고의 은퇴 연금을 받을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과연 그는 80세까지 일할 수 있으며, 얼마의 돈을 벌어 많은 세금을 내고 최고의 은퇴 연금을 꿈꾸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모쪼록 다행히 80세까지 일하고 많은 은퇴 연금을 받아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를 바란다.

 

 

아주 오래전, 은퇴 나이가 훨씬 지났음에도 청소 일을 하는 노인에게 “인제 그만 일하시고 편히 쉬시지요?”라고 하자 손을 내 두르며 “안돼요. 제가 지금 자식이 하나 있는데 그 애에게 해 준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아이 이름으로 생명 보험 하나 들었는데 그것 돈 부으려면 아직 일해야 해요.”라고 하였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그 마음 왜 모를까마는 자식에게 주기 위해 늙은 나이에도 열심히 일하던 노인, 그 말이 있고 난 뒤, 노인이 자궁 척추 수술을 받았을 때 병원에 찾아가니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큰일이에요.”라고 하였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을 때 노인은 다시 일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노인은 췌장암 진단을 받은 후, 다시 나를 찾아왔다. “아들 걱정 그만하시고 이제 집에서 쉬세요. 췌장암은 위험합니다.”라고 하자 “다행히 초기라서 의사가 걱정하지 말래요.”라고 하였으나 암 발병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노인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죽고 나면 다 소용없는 세상, 노인의 자식이 얼마의 보험금을 탔는지 알 수 없지만, 정말 자식은 그 돈을 받아 행복했을까? 아들이고 딸을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내가 죽고 나면 딸도 아들도 아무 소용이 없다. 먼 훗날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구를 위해 힘든 일 마다하지 않고 일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 아닐까 생각한다. 은퇴 연금에 대해 질문한 사람이 지금 나이가 20대라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만, 50세가 넘은 나이에 최고의 은퇴 연금을 받기 위해 30년을 일하겠다는 그 결심은 대단하지만, 결국 별 볼 일 없는 생각 같았다. 아주 오래전, 70이 넘은 나이에 은퇴하겠다는 노인이 있었다. 그는 은퇴 후, 아내와 함께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행을 하며 살 것이라고 하였지만, 아내는 그가 은퇴 계획 3개월이 남았을 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노인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상처가 되었고, 은퇴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노인도 세상을 떠나 아내 곁으로 가 버렸다.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있다.

 

내일도 알 수 없는 우리의 삶, 앞으로 십 년을 더 살지, 삼십 년을 더 살지, 아니면 내일 아침 꼴깍~하고 먼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 우리의 생명이 아니던가, 누구를 위해 살아가야 할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젊어서부터 열심히 일해 은퇴 나이에 최고의 은퇴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80이 넘은 나이에 최고의 은퇴 연금을 꿈꾼다는 것은 글쎄! 내 생각으론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돈은 좋은 것이다. 돈만 있으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 그러나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것은 생명, 즉 죽음이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죽음은 늘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돈에 파묻혀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할 수 없다. 돈 많은 부를 쫓아가기보단 오늘도 아름다운 사람으로 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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