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워크를 종주하며 세구간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필요로 합니다. 길은 백사장을 걷거나 해안선 언덕길로 되어있는데 대부분의 도보자들은 파도소리와 흰물결을 애호하여 전자를 택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당연 물때를 확인 점검하고 간조 시기에 지나가야 합니다. 해변 입구에 Decision Point라는 경고판이 서있는데 다시한번 확인해보라는 의미입니다. 주차하고 달려가보니 이미 걸음이 빠른 사람은 요한나 해변을 향해 제법 내려가버려서 워키토키로 되돌아 오기를 요청하여 모두 모였습니다.
상황을 설명하고 절벽길을 걷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내 모래사장 전체를 덮어버리는 파도가 밀려듭니다. 아찔한 순간을 잠시 생각하며 진저리를 치고선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1800년도 중반에 이 지역을 지나던 거함이 난항을 피해 이 해변 가까이 정박했다가 높고도 험한 파도에 전복된 역사를 품은 악명높은 요한나 비치인데 그 때 그 선장의 이름입니다.
이 오션 워크는 1974년 처음으로 트레일을 만들고자 제기되었으나 환경보존의 이유로 무산되었다가 이후 1990년대 호주 에코투어리즘 협회를 발족하여 철저한 관리 감독하에 지금의 자연상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건설하도록 하는 안으로 재계획되었다 합니다. 가능한 한 기존에 나있던 해안 산책로 등을 이용하면서 2006년 초 전구간을 개통하게 되었고 이후 호주 에코 투어의 상징으로 부상되었으며 정부의 두터운 후원아래 체계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데 잘 정비된 캠핑장에 전문 가이드 없이도 걸을 수 있도록 완벽한 안내 표지판이 내밀하게 세워져 있어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바닷가길 걸음의 축제는 단연코 포트 캠벨 국립공원의 자랑이자 코스의 하이라이트로 해안선 따라 늘어선 12사도상에서 휘날레를 장식하며 빛이 납니다. 예수의 열두 제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12사도상이 있는 해변에서 갈무리됩니다. 이곳까지 7-8km 남은 겔리브랜드 강에서 잠시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다가 내일 다시 오느니 오늘 마감을 해버리자는 대다수의 의견에 다시 완전무장을 합니다. 그동안의 산뜻했던 기온이 어제부터 상승하여 대낮의 기온은 상상 이상입니다. 열두 사도상 주차장은 북새통이라 제법 떨어진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거슬러 가는데 한낮의 열기가 가히 사막같습니다. 숲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 이런 길을 걸어올 동행들을 생각하니 물이 더 필요할 듯하였습니다. 퀸스타운에 하나밖에 없는 가게로 가서 맥주와 얼음을 구입한 뒤 내 배낭속의 내용물을 죄다 비워버리고 맥주 한상자를 담고 얼음을 가득채워 다시 거슬러 갑니다. 등으로 느끼는 시원한 촉감. 얼음 녹은 물이 엉덩이를 타고 종아리로 흘러내리고 일부는 앞부분까지 시원하게 적셔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