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려면 ‘밀당’의 고수가 되어야 한다
요즘 많이 쓰이는 말로 ‘밀당’이라는 용어가 있다. ‘밀고 당기기’의 줄임 말인데, 주로 연인 사이에서 감정 표현의 완급을 조절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상대방을 향한 감정이 크다고 해서 너무 밑도 끝도 없이 감정을 표현하면 상대방은 질리게 되고, 그렇다고 너무 속마음을 꼭꼭 감싸 안고만 있으면 상대방은 그 무심함에 상처입고 떠나게 되니 연인 사이에는 끊임 없이 이 ‘밀당’의 조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마 연애를 한번이라도 해봤던 이들은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심함과 열렬함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이 ‘밀당’의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밀당’이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라면 어떨까?
지나치면 잠시 멈추고, 부족하면 더하기만 해도…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치료 원리 중,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실즉사 허즉보’라는 개념이 있다. ‘실즉사 허즉보’란 과한 것을 찾아 덜어내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채워 넣는다는 뜻으로, 음양의 원리를 사용해 내 몸을 현재 상태를 분석한 후 부족한 부분과 넘치는 부분을 찾아내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를 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위장이 약하면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한약이나 음식을 사용해 기능을 강화하고, 근육에 너무 과한 힘이 들어가 긴장이 되어 있으면, 침이나 츄나요법(한의학의 수기법)을 사용해 긴장을 풀어주고 근육을 이완시키는 식이다. 그 세세한 적용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치료법 대부분의 기본 원리는 거의 모두 이 한가지 ‘실즉사 허즉보’의 원리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일상 생활에서도 노동량이 많아지면 그에 대응하여 더욱 긴 시간의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장거리 운전을 하고 난 후엔 반드시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을 추가해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고, 지나치게 과식을 해 속이 더부룩할 경우엔 다음에 이어지는 한 두끼는 굶거나 그 양을 절제해 위장에게 휴식을 취하게 해주는 식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
계속 하면 할수록 더욱 건강해지는 건강법이란 없다
사실 대부분의 병적인 상태는, 우리가 가진 잘못된 생활 습관들로 인해 일상 생활에서 이 ‘적절함’을 유지하지 못한 결과이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현대의학의 잘못된 사고방식, 즉 ‘좋은 것은 가까이 할 수록 좋고, 나쁜 것은 멀리 할 수록 좋다’에 길들여져, 어떤 음식, 운동, 또는 생활습관을 통해 건강한 상태에 도달한 경우에도 그러한 것들을 계속해서 유지하다 다시 몸이 망가지는 경우를 많이 경험한다는 것이다. 내 몸은 시시각각 그 상태가 바뀌기 때문에 내 몸에 좋은 음식, 운동, 생활습관 또한 어떤 한가지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라는 것이 한의학의 관점이다.
병을 고치는데 도움이 된 방법도 완치후에 계속하면 다른 병을 일으킨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한가지 치료법이나 음식,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보다, 환자의 환경과 건강의 변화에 따라 매번 다른 방식으로 치료를 시도한다. 일례로 하혈을 하고 있는 여성이나 큰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는 지나친 ‘붉은 고기’를 섭취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일단 하혈이 멈추거나 환자가 수술의 후유증에서 온전하게 체력을 회복하였다면 지나친 육식은 몸을 오히려 망가뜨린다. 운동을 하다가 허리 근육을 상했다면 다친 근육이 회복될 때까지 운동을 금해야만 몸이 좋아질 수 있지만, 상한 근육이 회복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운동을 금한다면 오히려 허리 근육이 더 약해지면서 다른 부상에 취약하게 된다.
그래서 한의학은 항상 ‘밀당’이다. 항상 내 몸을 살펴보아, 어떤 음식이나 활동과 내가 지나치게 가까워 졌다 싶으면 멀리해야 하고, 너무 멀어져 있다 싶으면 다시 가까이 하는 노력을 게으름 없이 유지해야 우리의 몸은 건강을 유지한다. 어찌보면 이 ‘밀당’이라는 좀 가벼운 용어가 그야 말로 한의학 치료 원리의 정수라고 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