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함

많은 사람의 질문 중에 “여기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라고 묻는다. ‘봉사’란 과연 무엇일까? 사실 봉사(奉仕)는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마음으로 가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도와주는 일, 그것이 봉사이다. 그리하여 봉사할 때는 아무런 대가를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 진리인데, ‘봉사’의 의미로 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요즘, 그저 맨발로 뛸 수 없는 것도 한계가 있다.
봉사할 때는 봉사에 대한 어떤 규정을 만들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할 수 없는 일이나 모르는 일 때문에 도움을 청하면 마음을 다하여 그를 도와주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끔,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이민 생활에 있어 가장 많은 도움 필요한 것은 정부 보조 관련 정보, 그것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역시 짧은 영어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 사람을 위해 미 정부 관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번역 또는 통역을 비롯하여 서류 작성, 공증 등의 일을 해 주는 것이 보통인데 가끔 생활고를 겪는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이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가 가장 힘든 일이다. 전엔 그래도 기금모금을 하면 어느 정도 그런 사람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금모금 운동 자체가 너무 무의미 되어 버렸다. 만나는 사람은 모두 다 ‘어려워 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럴 때는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런 도움까지 드릴 수 없다.”라고 했을 때 그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그들에게 내가 희망의 끈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내가 그들 모두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마음 아픈 일이다. 그래도 가끔 좋은 분이 후원금을 보내주신다. 그럴 때 그걸 모아두었다가 어려운 이웃이 있을 때 건네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여러분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봉사!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봉사센터. 누군가를 위해 나의 작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데 있어 기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남편이 무슨 의원 출마할 거라서 유권자 마음 잡기 위해 하는 일이지 순수한 마음으로 하는 봉사는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오는 웃음, 남편이 정계 진출할 사람도 아니지만, 나간다 해도 나는 말릴 사람인데 왜 그들은 그런 말을 하고 다닐까? “만나는 남자들과 한 번씩 다 호텔에서 잔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럼, 어제 젊은 목사님 두 분과 식사했는데 나 어제 아주 바빴겠네.”라고 하자 “그런 말 듣고 웃음이 나와요?”라는 말을 듣고 “그런 가치 없는 말에 화내는 내가 더 웃기는 것 아닌가요?”라며 그 말 한마디를 묻어버린다. 몇 년 전 어떤 여자가 찾아와 “우리 남편하고 잔 거 다 알아요.”라고 했을 때 옆에 계시던 노인이 “이 여자 미쳤나? 어디 와서 그런 말을 해?”라며 노발대발했지만, 나는 그저 웃고 있었다. 그 남편은 나와 정말 함께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을까? 나는 호텔에 간 적이 없는데 왜 그런 말이 어디서 흘러나왔을까? 어떤 분은 “제가 듣기로 돈이 아주 많다면서요?”라고 하였다.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제집이 은행인 것을? 그래서 우리 집 앞 나뭇가지에 돈을 봉지에 담아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는데 가져가세요.”라며 웃고 말았지만, 우리 집에 돈이 많은 걸 그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 은행 계좌를 들어가 보았나?

 

 

나는 그들이 그저 순수하게 하는 봉사라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나의 길을 묵묵하게 걸어갈 뿐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모르는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알려줄 뿐, 그것이 바로 봉사가 아닐까? 있지 않은 일을 있는 체, 알지 못하는 일을 아는 채 만들어 떠들고 다니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정말 기도할 제목이 많음에 감사드립니다.”라며 중얼거리는 나의 속도 가끔은 검게 그을리기도 한다. 나에게 올 이득을 위해 봉사한다면 그것은 봉사가 아닌 나를 찾는 그들을 우롱하는 일이 될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나의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 함께 기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단지 그것뿐인 것을 그런 말을 들을 때 나의 귀가 아픈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 아플 뿐이다.

 

 

예진회 봉사센터 웹사이트
www.ykcs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