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걸음걸이로 시작한 파킨슨 증후군

67세의 남성 환자가 불편한 걸음걸이를 증상으로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는 약 2-3년 전부터 보행에 문제가 시작되어 자주 넘어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또한 환자는 모든 동작이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하였으며, 걸을때는 특히 돌아서는 동작에서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환자의 말하는 것에도 문제를 느끼기 시작하여 어느 순간 부턴가 말이 어눌해지기 시작하였다. 다른 증상으로 음식물을 삼키거나 물을 마시는데 목에서 자주 걸리기 시작하고, 입주위에 침을 자주 흘리는 것을 호소하였다. 약 6개월 전부터는 환자는 밝은 빛에 매우 민감해져서 눈부심이 심하게 나타났으며, 눈물 또한 매우 자주 나온다고 한다. 책이나 신문 등을 읽는 것도 매우 어려워 졌다고 하는데, 페이지의 활자를 따라 보는데 매우 어렵다고 하였다.

 

 

환자를 진찰하였을 때 안구 운동의 이상이 관찰되었는데 빠르게 위아래로 물체를 따라 볼 수 있는 능력과 수직으로 움직이는 물체를 바라볼때 생기는 수직운동안구떨림이 매우 감소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는 특징적으로 보행 중 회전할때 한 걸음으로 돌 수 없었으며 또한 위치반사능력도 현저히 감소되었다. 환자의 상태는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Parkinson Plus Syndrome)의 하나인 ‘진행성 상부핵 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PSP)’라는 병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본 환자에게는 ‘진행성 상부핵 마비’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치료를, 진단과 동시에 시작할 수 있어서, 이후 환자 증상의 상당한 호전을 이룰 수 있었다.

 

 

환자의 병은 원래 ‘스틸-리차드슨-올스제프스키 증후군 (Steele-Richardson-Olszewski syndrome)’으로도 알려져 있는 유명한 운동 질환으로, 이 질병이름에 포함된 세사람의 신경내과 의사(neurologist)들이 필자의 환자와 증상이 유사한 8명의 환자들을 1963년 미국 신경내과 협회(American Neurology Association) 모임에서 처음 보고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 질환은 특징적인 파킨슨 증후군의 한 형태로, 오늘날 흔히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Parkinson Plus)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알려진 ‘진행성 상부핵 마비’라는 신경계 질환의 한 형태(subtype)이다. 진행성 상부핵 마비라는 질환에는 현재 적어도 5가지 이상의 주 형태(main phenotype)가 있음이 알려져 있다.